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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비둘기'로 변하는 연준…세계 경기 둔화에 놀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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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연준 위원들 금리인상 신중론 제기…시장도 금리 전망 낮춰, 채권·달러 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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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준 이사회 회의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5일 성명에서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연준이 동원할 전략과 수단에 대해 2019년 폭넓은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8.11.16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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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

◇연준 위원들 잇달아 신중론 제기

연준의 긴축 신중론에 불을 지핀 인물은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다. 연준 2인자인 클라리다 부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일부 증거'가 있다"며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워지고 있고, 내년 물가 압력이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1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완만한 물가 상승 전망을 고려하면 다음 달 정책금리 인상이 올바른 움직임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금리 인상 여부는 앞으로 몇 주간 지표를 더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14일 미 댈러스 연은 행사에서 "미국 경제는 현재 낮은 실업률과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감세 효과 소멸 등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다음 FOMC부터 매번 기자회견을 진행해 정책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주로 분기별로 정책금리를 바꿔왔으나, 앞으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리를 올릴 수도 있지만, 내릴 수도 있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파월 의장과 클라리다 부의장 등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묘한 어조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연준이 정책 결정에 경제 상황을 더욱 많이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도달한 후 연준의 긴축 정책이 좀 더 유연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다만 "미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으므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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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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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엔 이미 반영…채권·달러↓

연준이 비둘기 기조로 바뀐 것을 가장 빨리 알아챈 것은 채권시장이다. 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지면서 채권 금리가 빠르게 내리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5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져 지난 9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인 3.06%를 기록했다. 지난달 고점 대비로는 6% 넘게 하락했다. 투자회사 인텔렉투스 파트너스의 벤 에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현재 세계 경제 지표를 연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요소로 본다"면서 "심지어 연준이 긴축을 멈출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3%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호황에 힘입어 줄곧 강세를 보이던 달러도 약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는 지난주 1%가량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달러의 급등 시기는 끝났다며 이제는 달러를 매도할 때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도 달러가 더 오르기 힘들다며 내년에는 오히려 아시아 신흥시장이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선물 시장이 예상한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폭이 이달 초 50bp(1bp=0.01%포인트)에서 최근 35bp로 줄었다"며 "연준 전망치(75bp)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점점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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