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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페미니스트→이퀄리스트→좌좀’…이수역 사건 놓고 힙합씬 ‘디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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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수역 폭행 사건 두고 래퍼들 원색적 낱말 동원 ‘디스’

누리꾼들 “산이 같은 남자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 지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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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폭행 사건의 여파가 음악계로 옮겨붙었다. 래퍼 산이가 이번 사건에 개입해 여성 혐오적 가사를 담은 신곡 ‘페미니스트(Feminist)’를 내놓으면서 비판을 사고 있다. 산이는 19일 여성혐오를 담은 가사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누리꾼들은 산이가 이전에 만든 노래에서 쓴 여성 혐오적 가사를 찾아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동료 래퍼들도 산이의 랩을 비판하는 노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힙합계에서 ‘디스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건은 산이가 지난 15일 ‘이수역 사건 새로운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이수역 폭행 사건 당시 현장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영상은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이 어떤 대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남성을 비하하는 욕설 등을 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것인데, 현장에서 있었던 전후 맥락을 소거한 채 피해 여성들에게 폭행 피해의 책임을 묻는 듯한 의도를 담고 있다. 이에 피해 여성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남성 일행과 서로 온갖 비난과 욕설을 내뱉으며 감정이 격화된 상황이었다. 그런 욕설을 하게 되기까지 전후 사정은 모두 빠진 채, 화나서 맞대응하는 장면만 나와 있다”며 “남성 5명이 커플에 동조해 7명이 한편이 돼 우리를 조롱했다. 그 상황에서 대응수단으로 쓸 수 있는 게 거친 언어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이는 이 영상을 올린 날 밤인 16일 새벽 신곡 ‘페미니스트(FEMINIST)’를 공개했다. ‘페미니스트(FEMINIST)’의 가사에는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ucking fake fact”,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 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Oh girls don’t need a prince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half” 등과 같이 여성 혐오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신곡 ‘페미니스트(FEMINIST)’ 가사 전문

1)

I am feminist

난 여자 남자가 동등하다 믿어

봐 여잘 먼저 언급했잖아

엄마 아빠에서 엄마가 먼저 오듯

책도 한권 읽었지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

멋진말이였어

여잔 항상 당하며 살았어

우리 남잔 항상 억압해 왔고 역사적으로도

But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단건 좀 이해 안돼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ucking fake fact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Oh girls don’t need a prince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half

I’m no fucking prince

나도 할말 많아 남자도

유교사상 가부장제 엄연한 피해자야 근데 왜

이걸 내가 만들었어? 내가 그랬어?

Sister why mad?

blame system Not men

I am feminist

2)

I am feminist

미투 운동 지지해 알지?

김감독 조배우 개새끼들

땜에 남자들 싸잡아 욕먹지

솔직히 but

그런 극단적인 상황말고

합의아래 관계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

남잔 범죄자 좆 같은 법

역차별 참아가며 입 굳게 닫고 사는데

여성부 좀 뻘짓 좀 그만하구

건강한 페미들 위해서라두

먼저 없애야해 남성혐오

워마드

거따 요즘 탈 코르셋 (huh)

말리진 않어 근데 (but)

그게 결국 다 남자 frame (what?)

기준이라니 우리가 언제

예뻐야만 된다 했는데

지네가 지 만족위해 성형 다 하더니

유치하게 브라 안차고 겨털 안 밀고

머리 짧게 짤러 그럼 뭐 깨어있는 듯한

진보적 여성 같애?

Equality sex?

nah that’s 열등감 man

난 니 긴머리 좋아 don’t change

And I am feminist

3)

난 여자 편야

난 여잘 혐오 하지않아

오히려 너무 사랑해 문제

너포함 내 엄마 내 누나 내 여동생

있는 그대로 respect

난 절대 뉴스 기사 나오는 그런 루저가 아냐

난 절대 소리치거나 욕하거나 데이트 폭력?

난 절대적으로 인정해 남자들 잘못에

강남역 밤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자, 건배

어때 좀 다르지?

It’s okay 난 위험하지 않아

난 달라 날 믿어

괜찮아

I am feminist

그러자 이번에는 래퍼 제리케이와 슬릭이 각각 ‘NO YOU ARE NOT(노 유아 낫)’, ‘EQUALIST(이퀄리스트)’라는 제목의 산이 ‘디스’ 곡을 내놨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로 노래를 통해 상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힙합 문화를 가리킨다. 이들은 “CEO 고위직 정치인 자리 대신에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로 내는 생색”, “니가 바라는 거 남성혐오 안 하기 역차별 안 하기 워마드 폐지 메갈 폐지, 내가 바라는 것 죽이지 않기 강간하지 않기 폭행하지 않기”라고 노래하며 산이의 인식을 비판했다.





래퍼 제리케이의 ‘NO YOU ARE NOT’ 가사 전문

책 한 권 읽어본 건 똑같은 거 같던데

아웃풋이 이렇게 달러 이게 하드웨어 차이라는 거?

친절하게 설명할 땐 지난 거 같애

니가 랩 하듯 쏟아내 쳐 바른 똥이 넘 많은 걸

니 헛소린 컵에 반쯤 찬 물 같지

한쪽에선 아직도 남았냐고 해 지루하지

반대에선 고작 이게 다야? 수준 낮지

한마디로 식상한 이 표현만큼 무가치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

것도 참 딱한 게 그걸 만든 것도 남잔데

당연 그 아래서 님도 모르게 꿀 빤 게

한두 갤 거 같애?

님이 한여름 밤에 빨아봤던 꿀보다 많으면 많지 안 적어

같이 타파하자 가부장제 뭘 망설여

36.7% 임금격차 토막 내

그럼 님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돈 반반 내

CEO 고위직 정치인 자리 대신에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로 내는 생색

6년도 더 된 내 노래 You’re Not a Lady

수준에 멈춘 수준 get away or get updated

매일 계속되는 공포는 니 존재보다 확실해

Fake fact는 이퀄리즘 어쩌구지

없는 건 있다 있는 건 없다 우기는 무식

없는 건 없는 거야 마치 면제자의 군부심





래퍼 슬릭의 ‘EQUALIST’ 가사 전문

아이고 나는 누가 feminism rap coming soon 한다길래

어 그래 맞어 올해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언제까지 나만 여기 있겠어?

음 다 알 때 됐지

아니 사실 좀 많이 지난 감 있지만 하려는데

이름 보니까 WTF

거참 궁금하지도 않아 가사는

또 왔어 굴하지도 않고 하여튼

보니까 공부하지도 않았나 본데

참 뻔뻔해 저게 딱 한남 특유의 근자감

꼬추 달린 거 하나 믿고 설치지 사이즈 딱 나와

꼴랑 책 한 권 읽고 페미니스트

아이고 수고했다 야 오랜만이지 책 읽긴

가사 보고 솔직히 놀랐어

힙합하는 애들 다 미국 따라간다며

자기 돈 많이 벌어서 여자도 많이 만나

그 정도 여혐 아니면 무슨 헛소릴 하나

봤더니 한 오백만년 전에 하던 소릴 하네

자기 할머니가 들으셨을 말을 하네

요새 남녀차별이 어딨어

우리나라가 OECD가입 선진국이거늘

여자는 군대를 안가

더치페이를 하지도 않아

꽃뱀 년들이 너무 많아

아주 그냥 지하철 주차장 자리도 뺏고 말야

있잖아 요새 1호선 할배들도 안 하는 소리를 너한테 다 듣는다야

I'm no fucking prince랜다 누가 쟤한테 왕자님 이름표라도 박아줬다냐

"나는 여잘 혐오하지 않아 오히려 너무 사랑해서 문제야"

여성혐오라는 글자마저 오독하는 놈이 여성혐오를 논하는 수준 너 빼고 다 알아

니가 바라는 거

여자도 군대 가기 데이트 할 때 더치페이 하기

여자만 앉을 수 있는 지하철 임산부석 없애기 여성전용 주차장 없애기

결혼할 때 돈 반반 내기

남성혐오 안 하기 역차별 안 하기

워마드 폐지 메갈 폐지

조금 다른 널 믿어주기

내가 바라는 것

죽이지 않기

강간하지 않기

폭행하지 않기

죽이고 강간하고 폭행하면서 피해자 탓하지 않기

시스템을 탓하라면서 시스템 밖으로 추방하지 않기

누리꾼들도 산이의 인식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이는 17일 자신을 디스한 제리케이를 다시 디스하는 노래 ‘6.9㎝’를 공개하고 “이 좌좀(좌익 좀비) 어떻게 할수없냐 2차 가해 청원 click”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제리케이를 디스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산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아이디 ‘@Ausla*******’는 트위터에서 “모든 남자가 잠재적 성범죄자인지 아닌진 잘 모르겠는데 노래 가사 보면 산이는 확실히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거 뭐 여성안전 홍보 캠페인 요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여성들이 자기처럼 말하는 남자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redp****’는 “산이는 페미니즘 디스하다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왜 들먹이고 ‘좌좀’은 왜 찾았대? 페미니즘이 기득권의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정신이라는 건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나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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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산이는 19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곡 ‘페미니스트(Feminist)’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산이는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페미니스트, 성 평등, 여성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자로 사는 게 두렵고 무서운 매일을 견뎌야 한다는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며 또 공감한다”며 “그러나 남자들 역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음악과 관련한 산이의 여성혐오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11월 산이가 직접 작사·작곡해서 발표한 ‘나쁜 년’(Bad Year)이라는 노래와 관련해서도 여성혐오 논란이 있었다. 당시 산이 쪽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헤어진 연인에 비유에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지만, “충혈된 네 눈 홍등가처럼 빨개”, “병신년(2016년)아 빨리 끝나 제발” 등의 가사에 대해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이디 ‘in*****’은 인스타그램에서 “이수역 폭행사건 여성 피해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했고, ‘di*****’는 “(산이는) 일베, 메갈리아, 워마드를 같다고 보고 있지만 일베에서 보여지는 구조적인 여성혐오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셋은 전혀 다르다”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 이승한씨는 “산이는 ‘페미니스트’라는 곡에서 ‘가상의 화자를 내세워 (남녀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했지만 노래에서 산이와 화자가 분리된 존재라는 점을 드러나게 하는 장치가 드러나지 않았고, 그간의 작품 활동이나 언행에서 산이가 보여준 여성을 대한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았던 전력도 있어서 산이의 해명대로 해석하기 어려웠다”며 “그런 점에서 실패한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해명을 할 것이었다면 작품을 발표하면서 의도를 설명하거나 늦어도 제리케이와 슬릭의 디스곡이 발표됐을 때에 해명할 수도 있었지만 해명하는 시점도 늦었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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