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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중국, “미국 우선주의가 다자주의 망쳐”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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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APEC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 18일 문재인(뒷줄 가운데) 대통령과 시진핑(앞줄 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 펜스(앞줄 가운데) 미국 부통령 등 참석 정상들이 손을 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관영매체를 동원해 미국 우선주의가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은 다자주의 체제를 망쳤다고 맹비난했다. 25년만에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데 대해 ‘미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관련 논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명분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에서 “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 우선주의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은 과거 다자주의 체제를 통해 이익을 추구해왔지만 이제는 이런 기조를 철회한 채 자신만의 일방적인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쏘아붙인 뒤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이 모든 것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면서 “다른 서방국들도 선진국 기득권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보고 개발도상국이 영원히 혜택을 받지 못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공정함’의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미국 엘리트들은 중국이 현행 국제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자 자신의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 시스템으로부터 이득을 취한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 그 결과를 이뤄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하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제력을 키워왔다는 미국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환구시보는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바라보는 미중 양국의 견해차이가 크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신문은 미국이 WTO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도 WTO 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WTO 개혁은 기본원칙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개도국의 합리적인 요구를 고려해야 하며 상호존중과 평등을 기초로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국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제 시스템을 무너뜨리려는 건 국제질서의 혼란을 가져오고 결국 미국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AP 등 외신들은 지난 18일 끝난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서 WTO 개혁에 관한 미중 간 이견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은 회원국 정상들이 마련한 공동성명 초안 중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는 문구의 수정을 요구했다.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중국에 대한 비난으로 간주한 중국 측 외교관들은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 사무실에 난입하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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