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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BBQ, 닭·기름 공급가 몰래 인상했다 철회…가맹점주·소비자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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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제품' 기습 인상에 대해 가맹점주들 반발
가격인상은 최저임금 오르는 내년 1월1일 이후로 요구
원재료 공급가 인상 통보…"결국 가맹점주 우롱한 것"

아시아경제

BBQ 황금올리브치킨.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신혜 기자] BBQ가 19일부터 치킨 3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한 것을 두고 '꼼수 인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BBQ는 가맹점주들의 요청으로 3가지 제품만 1000~2000원씩 올리기로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가맹점주 대다수는 제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BBQ는 기습적인 치킨 가격 인상 뒤에서 가맹점주들에게 신선육(닭고기)과 기름(올리브유) 등의 주요 원재료 공급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원재료 공급가 인상을 위한 가맹점주 달래기 차원의 치킨 가격 인상인 셈이다.

이날부터 BBQ 프라이드 대표 제품인 '황금올리브'는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랐다. '통다리바베큐'는 1만75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서프라이드 치킨'은 기존 1만89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000원 인상됐다. BBQ 측은 "가맹점주들의 의사협의기구인 동행위원회에서 요청해와 3가지 제품만 1000~2000원씩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BBQ 가맹점주들은 "배달비용 상승 등으로 치킨 가격을 2000원 올려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대다수 가맹점주들은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행위원회에서 안건이 나와 가격인상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일부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배달료 인상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하며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A 점주는 "가격 인상은 생계형 점주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며 "본사에서 왜 급작스럽게 인상 시기와 품목을 결정한 건지 모르겠고,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기습적인 인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B 점주는 "지난해 5월과 6월 가격인상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으며 이를 철회했을 때도 폐업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며 "성급한 가격정책이 점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오는 것을 모르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가격이 인상돼야하는 것은 맞지만,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다시 오르는 데다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사 측이 무리하게 기습 인상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것. 애초에 대다수 가맹점주들은 전반적인 제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기를 내년 1월1일 이후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BBQ 측은 "일부 반발은 있지만 대다수 가맹점주들이 요구해서 올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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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서 '점주 요구'를 치킨가격 인상으로 꼽았지만 사실상 공급가 인상이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이 됐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C점주는 "본사에서 올리브유 한 통 가격을 5000원 인상한다고 통보했고 닭 파우더 봉지와 신선육 가격도 함께 올리기로 했다"며 "인상된 치킨 제품 3종 외에 올리브유를 사용해 조리하는 다른 메뉴들은 가격이 그대로인데 고스란히 점주들이 부담을 감수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부산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D 점주 역시 "본사에서 올리브유 가격을 5000원 인상하겠다고 밝혀왔다"며 "부가세를 포함하면 기름 한 통이 13만원 이상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초 BBQ는 이날부터 올리브유 캔당 5000원, 신선육 박스당 6000원, 앙념 봉당 1200원, 치킨무 박스당 2500원 등 주요 원재료의 공급가 인상을 통보했다. 이미 이 같은 통보 소식을 접한 가맹점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BBQ 측은 "원재료 공급가 인상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니다"라면서 애매모호하게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BBQ가 공급가 인상을 통보한 후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고, 꼼수 인상이란 시각이 짙어지자 다시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BBQ는 언급을 피하면서 "공급가는 인상하지 않는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임준성(32) 씨는 "연말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치킨가격을 올리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면서 "치킨값에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받는 배달비 3000원을 더하면 이제 2만원으로도 턱없이 모자라는데 대체 얼마까지 가격을 올릴 셈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이지선(30)씨는 "슈퍼콘서트 라인업 번복에 최근 대표 사임까지 며칠간 뉴스에서 BBQ에 대한 부정이슈를 봐왔는데, 이 시점에 가격을 올리면 당연히 물타기로밖에 비춰지지 않겠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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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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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BQ는 갖은 악재를 겪고 있다. 우선 회삿돈 유용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BBQ가 회삿돈을 윤홍근 회장 자녀의 미국 유학 자금과 생활비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BBQ는 "관련 보도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등 모든 법적 조처를 하겠다"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인테리어비를 가맹점주에 떠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원을 부과받았다. 윤학종 BBQ 대표가 지난달 31일 퇴사하면서 BBQ가 'CEO의 무덤'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윤 대표의 사임은 2월1일 취임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이성락 전 대표 역시 지난해 6월 가격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취임한 지 불과 3주 만에 사임하기도 했다.

bhc와의 소송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 BBQ는 최근 bhc와 박현종 회장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BBQ는 bhc가 BBQ 사내 정보통신망에 몰래 들어와 영업비밀 자료를 빼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BBQ는 자체적으로 산정한 피해액은 7000억원에 이르고 우선 100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추가로 소를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bhc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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