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양봉장에서 잡은 외래종 ‘등검은말벌’을 서상돌 씨가 들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농가 대표인 서상돌(81)씨와 부인 권갑남(75)씨는 벌통 사이를 오가며 잠자리채로 연신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잠자리채 안을 보니 일반 꿀벌 2~3마리와 함께 이보다 몸집이 2~3배나 큰 등이 검은 또 다른 벌이 보였다.
이 깜탱이 때문에 못산다니까.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어요-서상돌 씨
지난달 16일 경남 창원시 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양봉장에서 잡은 외래종 ‘등검은말벌’. 송봉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03년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된 등검은말벌은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15년 만인 최근에는 강원도 화천 등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최문보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장조사 결과, 등검은말벌이 강원도 춘천과 화천, 양구도 채집되는 등 이미 전국에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꿀벌 킬러…여왕벌까지 스트레스 받아
경남 창원시 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양봉장에서 잡은 외래종 ‘등검은말벌’. 송봉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말벌이 출몰하면 일벌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여왕벌도 스트레스를 받아 번식량이 크게 줄어 개체 수는 더 줄어들게 된다.
서 씨의 양봉 수익은 등검은말벌 때문에 몇 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서 씨는 “10여 년 전에는 1~2마리씩 간간이 보였는데 지난해 여름부터는 하루에 1500여 마리씩 잡을 때도 있다”며 “정부나 누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양봉 농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붉은불개미 독성 12배 ‘서부과부거미’ 유입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붉은불개미를 비롯해 피라냐·영국갯끈풀 등 다양한 외래종이 유입했다.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외래생물도 2009년 894종에서 2013년 2167종으로 급증했다.
9월에는 붉은불개미보다 독성이 12배 강하다는 서부과부거미가 유입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대구의 한 군부대에서 군수물자를 하역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외래종의 침입에 따른 피해가 커지자 환경부는 2014년 6월에 ‘제1차 외래생물관리계획’을 마련하면서 생태계교란생물을 2014년 18종에서 올해 말까지 28종으로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되면 국내에 수입 등을 할 경우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관리되는 건 21종에 불과하다.
등검은말벌도 국내 유입된 지 15년이 지난 올해 말이 돼서야 뒤늦게 생태계교란종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중효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장은 “현재 등검은말벌에 대한 국내 자료를 계속 모으고 있고, 올해 안에 생태계교란종 지정을 위한 심사 평가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오석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검역과 예찰에 예산의 70%를 쓰지만 우리는 거꾸로 외래종 제거에 70%를 쓰는 등 전형적인 뒷북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외래생물 침입을 저지할 수 있는 범부처적인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