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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캠프 밀착토크] 준비됐던 사령탑, 한용덕 감독의 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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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화 한용덕 감독이 18일 일본 미야자키 기요타케 구장에서 열린 마무리캠프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야자키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미야자키=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화 한용덕(53)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 해 기적을 행했다. 10년 동안 가을잔칫집 문턱을 넘지 못했고 올시즌을 앞두고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한화를 포스트시즌 무대로 진출시켰다. 한 감독 부임 후 한화는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맛봤다. 한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과감한 결단으로 초보 사령탑이라는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도 말끔하게 지웠다. 수년전부터 현장에서 체득한 것들을 꼼꼼하게 적으며 ‘감독 한용덕’을 준비해온 덕분이다.

한화에 2010년대는 암흑기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에 포스트시즌은 ‘남의 집’ 얘기였다. 가을만 되면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기 바빴다. 한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지난 시즌을 앞두고 레전드 출신인 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구단은 부임 초기 육성과 리빌딩을 언급하며 성적을 배제했다. 한 감독 체제로 변화를 준 것에는 먼저 체질개선을 통해 강한 팀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 성적을 내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한 감독은 육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제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서 내년 시즌을 대비한 구상에 들어갔다. 한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까지 정신없이 치렀다. 쉬면서 시즌을 돌아봤는데 내가 정말 복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가능성은 봤지만 솔직히 3위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모두 하나가 돼 이뤄낸 기적같은 성적”이라고 밝혔다.

한화의 도약은 한 감독의 선택과 집중 덕분이기도 하다. 팀 전력을 냉철하게 판단해 강점을 극대화시켰다. 한 감독은 “우리 팀은 선발투수가 약했다. 그래서 불펜 쪽을 보강하며 불펜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 투수 엔트리를 1명 더 늘려 팀을 운용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이 주효했다. 타선 역시 다득점을 내기 쉽지 않다고 보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더블스틸 등 여러가지를 준비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타팀도 대비해 나왔지만 신경을 썼다는 것은 우리 플레이를 경계했다는 의미이니 효과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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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이 지도자 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만든 메뉴얼 노트를 보여주고 있다. 미야자키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과제도 생겼다. 가을야구를 했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진 못했다. 한 감독은 “올시즌 모두 잘해줬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젊은 선발투수들이 기대한 수준만큼 올라오지 못했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도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캠프까지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이다. 지금 캠프에서도 몇몇 어린 투수가 좋아 보인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며 미소지었다. 야수들의 건강 관리 등도 보완해야 한다. 시즌 내내 부상자가 끊임 없이 발생해 선수단 운용에 애를 먹었다. 한 감독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를 잘하면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지성준, 정은원 등 젊은 선수들도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면서 시즌 몸관리 요령을 어느 정도 체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감독 데뷔 첫 시즌을 소화한 한 감독에게 ‘초짜’의 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초보 사령탑 같지 않았다”는 말에 손사래를 친 한 감독은 코치 생활을 하며 계속 적어왔던 노트 몇 권을 보여줬다. 그는 “코치를 하면서 나름의 메뉴얼을 만들었다. 메모를 한 뒤 복기를 하며 파트별로 매일 업데이트했다. 몇 권 된다. 내용은 비밀이라 보여줄 수는 없다. 수비 메뉴얼, 투수 메뉴얼 등 여러가지”라면서 “노트가 많이 들어있는 것을 모르고 내 가방이 가벼워 보인다고 들었다가 ‘무겁다’며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며 웃었다.

마무리 캠프에서도 복기와 메모를 쉬지 않고 있는 한 감독은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지만 아직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아직도 보완해야할 게 많다. 그래도 올해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지우고 큰 무대 경험도 쌓았다. 내년 시즌에도 과감하고 공격적인 야구를 하려고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냉철한 한 감독은 머릿속에서 벌써 올해의 성공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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