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문 대통령이 살린 비핵화 불씨, 북미접촉으로 이어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ASEAN·APEC 순방 종료, 문 대통령 비핵화 지지확보

이번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 비상한 관심

비핵화 과정 전반에 있어 한미간 의견조율

이달 말 북미 고위급회담 앞두고 한미 정상간 대북 정책 '가늠자'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노컷뉴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박6일간의 아세안(ASEAN)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당장 이번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간 워킹그룹 첫 회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이 순방 기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잇달아 만나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현재 상황인식을 공유하는 동시에,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강력한 비핵화 지지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신경전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주변 정상들과 비핵화 해법을 두고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다는 점 자체만으로 향후 북미간 접촉에 '촉진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순방 이튿날인 지난 1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하도록 러시아가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의 전통 우방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강조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지난달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자신이 발언을 푸틴 대통령이 고스란히 반복했지만, 즉각 동의 대신 더 나아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에 즉각 전달됐고, 비핵화 진전 없는 남북관계 발전을 우려하는 국무부를 비롯한 정책 관료, 보수적인 미 조야에 '비핵화 촉진자' 문 대통령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펜스 미 부통령을 만나 "국제제재 틀 범위에서 한미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 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북한에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 전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미국측을 배려하면서, 지난 8일 예정됐다 무산된 고위급회담 판 자체를 깨면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됐다.

APEC이 열린 파푸아뉴기니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 시진핑 중국 주석은 내년에 남북한 동시 방문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중대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 주석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비핵화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특히 "일이 이뤄지려면 천시(天時·하늘의 때)·지리(地利·땅의 기운)·인화(人和·사람 간의 융화)가 필요한데 조건들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국가 정상들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강력한 지지를 표하고, 특히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자고 제안하는 등 문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비핵화와 대북제재 문제, 남북관계 등을 협의할 한미간 워킹그룹 발족과 첫 회의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너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비핵화 과정 전반에 있어 한미간 의견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 워킹그룹에는 통일부 교류협력담당 과장급 인사와 청와대 관계자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져 의견조율에는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까지 가감없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8일 열리기로 했다가 무산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간 북미 고위급회담이 이달 말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워킹그룹 논의가 이를 촉진하는 것을 뛰어넘어 한미 정상간 대북 정책 '가늠좌'를 다시 세팅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1차 북미정상회담과 달리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담판 형식이 될 2차 북미정상회담은 향후 비핵화 전반의 성패를 좌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미간 고위급 회담의 성공 여부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이번 ASEAN과 APEC 순방 기간 미중러 정상급 대화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재차 강조하고, 관련국들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면서 북미 고위급 회담 공전에 따른 비핵화 이상 기류는 일단 잦아들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