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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文, 민노총과 결별하라" 거듭 강조하는 김병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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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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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 개혁’ 카드를 꺼내 들며 여권에 여야정 라운드테이블 마련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다시 한번 노동 개혁을 위한 여야정 라운드테이블 구성을 제안한다”며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의 결별을 각오하고, 노동 개혁에 과감히 나서셔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민주노총의 나라가 되고 있다”며 “노동 개혁을 위한 여야정 라운드테이블을 만들 것을 대통령께 간곡하게 제안한다”고 요구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위원장은 15일에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노총과 결별하고 야당과 손을 잡아라. 노동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면 저희 당이 민주당보다 앞장서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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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노동법 개악저지! ILO핵심협약 비준! 정부선행조치 이행촉구! 노동법 전면개정! 2018 총파업투쟁승리! 민주노총 대정부 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마친 김명환(왼쪽 여섯 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산별노조 위원장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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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놓고 민주노총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 여당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지층의 분열을 노린 ‘갈라치기’ 전략으로써 접근한 것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 위원장도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노동개혁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저도, 자유한국당도,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품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올바른 국정을 위해 협력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16일 페이스북)”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노사 상생 모델로 추진했다가 민주노총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여야정 라운드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 봄 직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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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오히려 김 위원장 측에선 “노동개혁은 김 위원장의 국정 운영의 철학에 따른 문제의식이자 노무현 정부에서도 당시 추진한 일관된 어젠다”라며 “문재인 정부에 그때 남겨둔 숙제를 같이 풀어나가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노총이나 대기업 노조 등을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노동 개혁 필요성을 기회 날 때마다 역설했다. 집권 3년 차이던 2005년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기업이 어려움에 부닥쳐도 정리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기업 노동조합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노무현의 브레인’이라고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으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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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8월 15일 오전 천안 목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 행사에 참석, 경축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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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민주노총에 대해 “약자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발전의 과실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가장 큰 기득권 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민주노총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지금, 또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만들 수 있는 일자리도 못 만들게 하고, 시급한 산업 구조조정까지 방해하는 지금이야말로 노동개혁을 할 기회”라고 역설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노무현 정부 때 김 위원장에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도 지난해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저서를 내고 ‘노동의 자유’(노동시장 유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 전 장관은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글로벌'은 한국이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으로 노동 경쟁력은 미국의 60%, 독일의 80%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어 청년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복리 후생 확대 등을 주도하고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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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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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변 전 장관은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지금보다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도 더욱 활성화 시켜야 일자리가 늘고 기업도 투자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은 “노무현 정부에서 손발을 맞춘 두 분의 경제 문제에 대한 고민이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연락도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전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지지층을 배반하면 행여 위기에 빠질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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