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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VR 우동' 좌표 '우수수'… VR 음란물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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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4년째를 맞았다.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은 일상 생활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진전되고 있는 기술 진화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다. 가령, 가상현실(VR),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시대 해킹 사고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나 정보 양극화, 가짜 뉴스 범람 등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4차산업혁명 시대 올바른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u클린 2018 ⑧] VR 음란물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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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우동 좌표 찍어드립니다. 취향 따라 골라 감상하세요.’

가상현실(VR) 기술로 제작된 불법 음란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해외 사이트와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실정이다. 몰입감 높은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VR 기술의 특성상 기존 음란물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급속히 퍼진 ‘VR 우동’… ‘좌표 모음’ 노출하는 구글= VR 음란물을 지칭하는 ‘VR 우동’은 야한 동영상의 줄임말인 야동의 검색 제한을 피하기 위한 은어다. 성인 키워드를 검색할 수 없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온라인에서 VR 음란물의 불법 유통 과정은 사진, 동영상 음란물과 동일하다. 포털,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해당 키워드로 검색하고, 해외 음란 사이트 또는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VR 음란물 감상 또는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P2P 파일 공유 플랫폼인 토렌토를 통해서도 유통된다.

불법 음란물 유포 적발 사례에서 VR 음란물이 포함된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유통한 남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4년 9월부터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비밀 클럽을 개설하고 음란물 3만7317편을 유포했다. 이 가운데 VR 음란물이 상당수 포함됐으며, 이를 통해 챙긴 부당 이득이 3500만원에 이른다. 비밀 클럽에 가입한 회원이 1만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포털의 경우 음란물 관련 키워드를 활용한 검색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성인 사용자가 아닐 경우 음란물 관련 검색결과를 노출하지 않는다. 'VR 우동' 같은 은어도 음란물 키워드에 포함된다. 성인이라도 검색결과에서 음란물 내용을 제외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란물 필터링 기술 ‘네이버 엑스아이’를 이미지에서 동영상으로 확대 적용했다. 음란물 지수가 높은 영상은 임시 재생중지 상태가 되며, 10분 내 검수자의 검토를 거쳐 복구 또는 삭제 및 이용제한 조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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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VR 우동'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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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구글과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VR 음란물 관련 내용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자체 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해명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로그인 없이 구글 검색에서 VR 우동을 넣으면 44만개가 넘는 검색결과가 나온다. ‘VR 우동 좌표 모음’, ‘초급자를 위한 우동구하기’와 같은 검색결과가 가장 먼저 뜬다. 검색결과 가운데 상당수는 파일 공유 사이트로 연결되는 낚시성 게시물이다.

음란물의 경우 VR 기기 소지 여부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동영상 플레이어가 VR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VR 기기가 없어도 PC와 모바일 기기를 통해 VR 음란물을 시청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저렴한 VR 기기의 성능이 크게 개선돼 가격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

◇중독, 성 의식 왜곡… ‘부작용 우려’ 큰 VR 음란물= VVR 음란물 콘텐츠는 이미지, 동영상보다 훨씬 더 몰입감이 높다. 때문에 음란물 중독, 성 의식 왜곡 등 부작용 위험도 크다. 특히 성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VR 음란물 상당수가 불법 콘텐츠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다. 음란물 습득 과정에서 불법 다운로드 행위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메신저, SNS를 활용해 음란물 유포에 가담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음란물뿐 아니라 VR 게임의 선정성, 폭력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VR 콘텐츠의 선정성, 폭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감에서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VR 게임 영상을 재생했다. 좀비를 학살하거나 여성의 몸에 선탠로션을 바르는 내용이다. 청소년이 즐기기에 부적절한 콘텐츠다.

국내 게임등급 분류상 청소년이용불가에 해당되는 콘텐츠도 해외 게임 유통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스팀’을 비롯한 해외 게임 플랫폼의 경우 국내 자체등급분류기관으로 참여하지 않아 국내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 게임 다운로드와 결제도 해외 서버를 통해 이뤄진다. 조 의원은 “불법 VR 게임이 범람하고 체험 시설마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며 “철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VR 시장의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과 달리, VR 음란물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대부분 VR 음란물이 현행 법상 불법인데도 규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불법 VR 음란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특히 음란물 문제를 방치하는 해외 기업들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s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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