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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보증금·월세...현찰로달라" 집주인 임대소득 탈세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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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월세 1년치 선납 요구, 전세보증금 이중계약서 작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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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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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월세아파트를 알아보던 A씨는 중개업소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1년치 월세를 현금으로 선납하면 계약서에 적힌 금액보다 덜 받겠다는 것.

1000만원 넘는 현금을 어떻게 가져오냐고 난처해하자 중개업소 관계자는 “5만원짜리로 가져오면 작은 가방으로도 충분하고 보증금 1억원을 현금으로 가져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바깥에선 볼 수 없는 중개업소 내부 쪽방엔 지폐를 세는 현금계수기도 있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가을 이사철을 맞아 월세 또는 전세보증금 일부를 현금으로 요구하는 집주인들의 탈세행위 시도가 기승을 부린다.

정부가 임대소득 세원 관리를 위해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감면혜택을 주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세금납부도 회피하려는 불법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매계약 시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다운계약서’ 작성과 다를 것 없다고 설명한다.

성동구에서 전세빌라를 찾던 B씨도 한 중개업소에서 계약서상 전세금은 2년 전 금액을 쓰되 현 시세와의 차이 일부는 현금으로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 끝에 현금 1000만원을 주고 영수증(현금보관증)을 받았지만 재계약 시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통장입출금 등 금융거래를 통한 월세 납부액은 모두 임대소득으로 포착된다. 전세보증금도 시중금리를 적용해서 산출된 ‘간주임대료’ 형태로 임대소득에 포함된다. 간주 임대료율은 시장금리를 고려해 매년 조정되며 올해는 1.8%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9·13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집값 오름세는 꺾였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했고 전월세 가격도 대부분 올랐다. 또 내년부터 간주임대료 비과세 대상인 소형주택 범위가 전용 60㎡, 기준시가 3억원 이하에서 전용 40㎡, 기준시가 2억원으로 축소된다.

이에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집주인이 소득세 부담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세입자에게 ‘이중계약’을 제안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임대소득세 탈루는 적발 시 포탈세액의 2배를 벌금으로 내야 하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개별 사례에 일일이 행정력을 동원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현장정보 수집을 통해 비정상적인 이중계약 사례가 다수 포착되면 국토교통부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합동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불법 이중계약은 득보다 실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올해 9월부터 가동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통해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사업자도 사후검증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중계약 등 불법행위가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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