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판결에… '제식구 봐주기' 비난
김모 전 판사는 청주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13년 7월쯤 사법연수원 동기 박모 변호사 소개로 이모(40)씨를 만났다. 이씨는 당시 청주지법 다른 재판부에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형님" "동생"으로 불렀다. 이씨는 김 전 판사에게 재판 중인 사실을 말했다고 했으며, 술자리에는 법원 직원과 검사 등이 합석하기도 했다. 이 중엔 법정에서 이씨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공판검사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1심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14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김 전 판사에게 접대비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수사기관에 그를 고소했다. 김 전 판사는 2014년 2월에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검찰은 재판 청탁 대가로 약 4개월간 9회에 걸쳐 술집 등에서 총 636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알선 뇌물수수)로 김 전 판사를 기소했다.
하지만 1·2심은 "향응은 부적절하지만 뇌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알선 뇌물수수는 다른 공무원이 맡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청탁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씨가 김 전 판사에게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말하지 않았으며 구속이 임박해서도 전화나 문자 등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이런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조계에선 관대한 판결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은 "다른 재판부 피고인으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아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법관 부패를 막기 어렵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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