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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주유·배달 단순노무직 사상 최대 9만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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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서민 일자리 타격

임시직도 6개월째 10만 명씩 감소

정부는 공무원 증원 미봉책만

“민간 투자·고용 늘리기 주력해야”

중앙일보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현장직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 현장 노동자를 포함한 단순노무 종사자가 1년 전 보다 9만3000명 줄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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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취약계층이 고용 한파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단순노무 종사자가 지난달에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일용직 일자리 수의 하락도 멈출 줄 모른다. 서민을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서민으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역설’ 이 고용지표를 통해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단순노무 종사자는 35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만3000명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올해 4월 1만9000명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내리막이다.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8월 5만 명, 9월 8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감소 규모가 10만 명 선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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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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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노무직은 건설 현장 근로나 주유·음식배달과 같은 보조업무 성격의 일을 뜻한다. 대체로 경제적 약자들이 일하는 분야다. ‘좋은 일자리’가 많은 사무종사자(11만7000명), 관리자(6만6000명) 등이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종사상 지위별로 봐도 취약 분야의 일자리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는 크게 비임금 근로자 3개 부문(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무급 가족 종사자)과 임금근로자 3개 부문(상용·임시·일용직)으로 나뉘는데 6개 부문 중 지난달에 일자리가 늘어난 건 상용직 일자리(35만 명 증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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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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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임시직 근로자의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3만8000명, 일용직 근로자는 1만3000명 각각 감소했다. 임시직은 2016년 9월 이후 26개월째, 일용직은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임시직의 경우 올해 5월부터 6개월째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만 명 넘게 줄고 있다. 임시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 일용근로자는 1개월 미만인 근로자다. 그만큼 취약계층이 많이 일하는 자리다. 자영업과 서민 일자리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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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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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 업종의 경기 부진 영향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을 통해 그나마 유지가 가능했던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그러면서 단순 노무직과 같이 경제적 약자가 주로 일하는 부문의 일자리가 가파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악화)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이 공약(2020년 1만원) 달성이 어렵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이미 속도 조절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관련 큰 틀의 정책 변화는 없을 거란 의미로 풀이된다.

부작용 있는 정책의 변화 필요성은 외면하고 있는 정부가 공무원 증원과 같은 미봉책만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경제활동별로 보면 공공행정 및 국방은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2009년 4분기(4%)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올해 들어 공무원 채용이 증가하며 공공행정 및 국방과 교육서비스에서 부가가치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5개년간 공무원 정원을 17만4000명 증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등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겠다고 지난달에 발표하기도 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공공부문의 고용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악화한 일자리 상황을 호전시킬 수 없다”며 “민간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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