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다큐영화로 만나는 BTS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환상을 만들어 준 팬들에 감사” “대형 화면·빵빵한 사운드에 감탄”

‘번 더 스테이지’ 3일 만에 18만 관객·해외 예매는 80만

2017 ‘윙스 월드 투어’ 따라가며 무대 위와 일상 모습 녹여내

아이돌 가수 영화, 과거 드라마 형식서 바이오그래피로 진화

경향신문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중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방탄소년단(BTS)이라는 팀이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팬)의 존재에 의해서 만들어진 환상 같은 것일 수 있는데, 그런 꿈을 같이 꾸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가수와 팬들이) 운명처럼 얽혀 있구나.” BTS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룹의 리더 알엠(RM)은 2017년 한 해를 돌아보며 이 같은 말을 꺼냈다. 스크린에 비치는 가수의 진솔한 모습에 객석에 앉은 몇몇 관객은 눈물을 훔쳤다.

■ 팬들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 기뻐”

2017년 진행된 BTS의 ‘윙스 월드 투어’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긴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지난 15일 개봉했다. 해외 투어 일정을 소화하는 BTS 멤버(알엠,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는 이들의 무대 위 모습과 일상생활 모습을 스크린에 녹여냈다. 중간중간 멤버들의 인터뷰 장면이 삽입돼 있다. 영화는 사전 예매량만 15만장을 넘겼고 지난 17일까지 18만여명이 관람했다. 개봉 당일인 15일 관객(7만7094명)만으로도 극장 개봉 아이돌 다큐 영화 흥행기록을 세웠다.

국내 가수의 다큐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던 작품은 박효신의 음악 작업을 담은 <뷰티풀 투모로우>(2017, 6만3000명)였다. 2위는 빅뱅의 해외 투어를 담은 <빅뱅 메이드>(2016, 5만6000명)다. 올해 개봉한 <젝스키스 에이틴>도 관객 5만명을 넘겼다.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연습생 시절과 무대 위 모습 등을 담은 <I AM.>(2012)은 3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들 영화는 팬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가수들의 해외 공연 모습이나 무대 뒤의 사적인 장면을 주로 담았다.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에도 공연을 마친 멤버들이 호텔에서 쉬는 모습, 무대 뒤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올 때 객석은 관객들의 웃음으로 가득 찼다.

지난 16일 영화를 관람한 고민서·심지혜양(14)은 “티케팅이 힘들어서 방탄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다. 콘서트 영상을 스크린으로 봐서 좋았다”며 “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면 눈이 아플 때가 있는데, 영화관에선 화면도 크고 사운드도 좋아서 재밌었다. 다음에 비슷한 영화가 개봉하면 또 와서 볼 것 같다”고 말했다.

CGV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의 다큐 영화는 상영관 대비 예매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아티스트의 모습을 큰 화면에서 즐기려는 팬들의 욕구가 큰 것 같다”며 “한 명이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것도 특징이다. 1월 개봉한 <젝스키스 에이틴>도 ‘N차 관람’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 음반, 콘서트 다음은 ‘바이오그래피’

국내에서 아이돌 가수가 본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영화화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 시작됐다. 젝스키스의 <세븐틴>(1998)과 H.O.T의 <평화의 시대>(2000)가 초기작이다.

다만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돼 음악이나 가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가 된 영화라고 보긴 어려웠다.

해외의 경우 록스타들의 해외 투어 공연을 묶거나 이들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전기 영화로 묶어낸 다큐가 흔했으나 한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많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며 아이돌 가수들이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이나 남미, 북미까지 진출하면서 가수들의 해외 투어를 영화화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팬들에겐 국내 활동이 줄어든 가수의 모습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글로벌 아이돌의 경우, 영화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의 경우 해외 70개 지역에서 개봉했는데, 지난 13일 기준 전 세계 선예매량은 80만장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아이돌 가수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콘서트를 영화화하는 작업이 늘어나리라 예측한다. 대중음악 평론가 미묘는 “음악 콘텐츠에서 음반이나 음원 판매, 무대 활동을 제외하면 결국 남는 것은 아티스트 개인에 대한 이야기, 즉 ‘바이오그래피(전기)’”라며 “이를 책으로 내면 잘 팔리지 않으니 다큐멘터리나 극영화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국내 시장이 작아서 힘들었다면, 이제는 가수들의 세계 진출로 해외 유통이 쉬워졌다”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전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한 것도 아이돌 가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콘텐츠 전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