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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AI의 인간 정복, 바둑 넘어 ‘스타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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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이상 수 계산하는 바둑보다 실시간 의사결정력 필요한 게임

‘범용 인공지능’ 개발에 더 효과

삼성SDS, 3대 스타 AI대회 우승…“상대방에 맞춘 능동적 AI 개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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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딥마인드는 ‘알파고’ 다음으로 스타크래프트 기반의 인공지능 연구를 하겠다고 2016년 선언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컴퓨터 게임을 인공지능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AI는 스타크래프트 최고수 앞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적어도 게임 쪽에서 AI는 ‘인간 정복’에 앞서 자기들끼리 경쟁하며 실력 향상하기에 바쁘다.

삼성SDS는 자사 개발자로 구성된 사이다(SAIDA)팀이 ‘인공지능·인터랙티브 디지털 엔터테인먼트(AIIDE)’ 학회가 개최한 스타크래프트 AI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대회는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학회(IEEE)가 주최하는 ‘CIG’와 체코 공과대학과 슬로바키아 코메니우스대가 함께 주최하는 ‘SSCAIT’와 함께 세계 3대 스타크래프트 AI 대회로 통한다.

SAIDA팀은 지난달 말부터 이번주까지 10개의 맵에서 진행된 2590번의 대전에서 2484승106패로 96%의 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2위에 오른 페이스북의 ‘체리파이(CherryPi)’를 상대로 83승17패를 거둬 한 수 높은 기량을 자랑했다.

SAIDA팀은 프로게이머들이 제공한 11만건의 경기 영상 데이터를 머신러닝에 활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팀을 이끈 배창현 수석연구원은 “마치 사람처럼 상대방의 전략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공격하는 것은 물론 세밀한 유닛 컨트롤이 가능한 ‘AI 봇’을 개발한 것이 우승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SAIDA를 비롯해 어떤 AI도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이긴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체리파이가 포함된 4종의 AI가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수와 대결했지만 모두 패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바둑보다 AI가 정복하기 어려운 분야로 분류된다. 바둑은 선수가 교대로 행동을 취하는 방식이라 1분 이상 AI가 계산할 여유를 준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전략게임이라 컴퓨터가 의사 결정에 필요한 연산을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쟁의 안개’로 가려진 상태에서 상대의 전략을 추측해 행동해야 한다. 경우의 수를 감안한 복잡도도 바둑보다 훨씬 높다고 평가된다.

IT 기업들이 컴퓨터 게임을 AI 개발에 활용하는 까닭은 뭘까. 이는 일상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실시간 의사결정 능력을 확보하는 데 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인 자원 채취, 건설, 병력 생산, 전투라는 게임 요소를 갖고 있다. 이 게임에서 인간을 이긴다면 AI가 다른 분야에서도 스스로 학습해 문제를 해결할 ‘범용 인공지능’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제조나 경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에 맞게끔 AI를 학습시키고, 그 상황에 대처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이용자에게 재미를 높여줄 수 있는 요소로서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9월 ‘블레이드 앤 소울’의 월드 챔피언십 결선에서 ‘비무 AI’를 공개했다. 비무는 한 주에 약 35만 게임을 스스로 대전해 시합 중 나올 다양한 상황을 학습했다. 사전에 어떤 규칙을 주지 않아도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발전했고 인간 고수와 겨룰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AI는 세 명의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1승2패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AI가 고도화될 경우 이용자들이 실제 사람과 경기하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이용자 수준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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