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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특파원 24시] 임산부 진료비 더 내라니... 저출산 시대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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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임산부 가산 제도 신설을 알리는 후생노동성 자료.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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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 아닌가요?”

일본에선 최근 병원 수납창구에서 진료비 명세서를 받아 들고 놀라는 여성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명세서에 찍힌 ‘임산부 가산(妊婦加算)’이란 추가요금 때문이다. 저출산ㆍ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임산부에게 진료비를 더 받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트위터 등에서도 “임산부에게 사실상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냐”, “임산부를 왕따 시키는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올해 4월부터 ‘임산부 가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임산부가 의료기관의 진찰을 받을 경우 초진 750엔(약 7,500원), 재진 380엔(약 3,800원)이 추가되며 이중 환자 본인은 초진 230엔(약 2,300원), 재진 110엔(약 1,1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심야나 휴일 진료의 경우엔 비용이 더 증가한다.

후생노동성은 “임산부에 대해선 진료 방법이나 투약 등을 통해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진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도입 취지를 밝히고 있다. 위험 부담으로 임산부 진료를 꺼리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점도 고려한 조치다. 임산부가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임산부 진료와 처방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의료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임산부라는 이유로 임신과 상관 없는 진료까지 일률적으로 비용을 추가하는 것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15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이와테(岩手)현에 거주하는 20대 임산부는 “안과에서 콘택트렌즈 처방을 받을 때 문진표에 임산부임을 밝혔지만 의사로부터 별다른 질문이나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그는 “임신 중에는 몸 상태의 변화가 큰데도 병원 방문을 주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임산부 가산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추가 지불한 만큼 확실한 배려를 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진료가 필요하다”, “병원 측에서 어떤 배려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등의 의견이다.

병원 측은 반색하고 있다. 니가타(新潟)현에서 이비인후과를 개업하고 있는 의사는 “임산부 진료는 다른 환자에 비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산 제도가 생겨서 좋다”면서도 “그러나 임산부 환자에게서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국가가 가산 제도를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후생노동성은 일반인에게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2일부터 임산부 가산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하는 전단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18일 오전 9시 기준 약 1만 명이 참여한 야후 재팬 홈페이지의 임산부 가산 찬반 앙케이트 조사에 따르면 ‘반대’가 76%로, ‘찬성’(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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