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라면로드] "한뚝배기 하실래예"…사라진 추억의 라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 뚝배기 하실래예?”

2009년 방송인 로버트 할리는 농심 ‘쌀국수뚝배기’ 광고에 출연해 남긴 이 한 마디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2년 후, 로버트 할리의 유행어는 남았지만, 제품은 사라졌다. 쌀국수뚝배기는 2011년 단종되는 운명을 맞았다. 농심 내부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불운의 라면’으로 평가받는다.

쌀국수뚝배기는 쌀 함량이 90% 이상인 쌀면을 쓰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는 건면 제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들의 기호는 일반 튀긴 라면(유탕면)에 치우쳐 있어 건면 시장은 좀처럼 확대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농심에서 완성도 높은 건면이나 쌀면 제품이 판매되는 배경에는 쌀국수뚝배기 같은 초창기 다양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출시됐던 농심 ‘까만소’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라면이다. 당시 소고기를 원료로 아주 깊고 진한 맛을 냈다는 의미로 까만소라고 이름을 붙였다.

중앙일보

88올림픽을 앞두고 출시된 농심 '까만소' 광고. [사진 농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농심에서 출시됐던 까만소 [사진 농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수 도전하는 카레라면


두 번이나 단종됐지만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 ‘오뚝이형’ 라면도 있다. 오뚜기의 카레 라면이다. 오뚜기는 1981년 ‘3분 카레’라는 히트 상품을 내놨다. 3분 카레의 성공에 힘을 얻은 오뚜기 내부에서는 카레의 기술과 노하우를 라면과 결합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중앙일보

2007년 오뚜기의 첫 카레라면인 '백색카레면' [사진 오뚜기]




오뚜기는 먼저 2007년 ‘백세카레면’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였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결국 생산을 중단했지만, 2014년 끈질긴 연구 끝에 다시 ‘카레라면’을 들고 나왔다. 몸에 좋은 강황이 들어있다는 걸 내세워 초반에는 관심을 끌었지만, 인기가 지속하지 못했다. 결국 단종을 피할 수 없었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보았지만 오뚜기는 지난 7월 기존 제품보다 걸쭉해진 ‘카레면’으로 세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중앙일보

2014년 오뚜기 카레라면 [사진 오뚜기]


중앙일보

올해 출시된 오뚜기 카레면[사진 오뚜기]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라면


추억의 라면으로 사라지는 듯했지만 보란 듯이 부활하기도 한다. 농심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1999년 출시됐다가 2011년에 사라진 농심 '보글보글찌개면'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제품이다. 2016년 부대찌개면이 새롭게 시장에 나오자 오뚜기와 팔도에서도 부대찌개라면을 신제품을 출시해 부대찌개 라면 열풍이 불었다.

중앙일보

보글보글찌개면이 업그레이드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사진 농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판매가 중단됐는데 해외에 수출된 제품을 먹어본 소비자들의 출시 요구가 커지면서 국내 생산이 재개되기도 했다. 농심 감자탕면은 소고기 맛이 주종을 이뤘던 국내 라면시장에 돼지고기 육수로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호불호가 갈려 국내에서는 단종됐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 돼지고기 국물에 익숙한 해외에서는 계속 판매했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에서 감자탕면을 먹어본 소비자 중 국내에서도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부대찌개, 육개장 등 국물 요리를 라면으로 개발한 제품이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만큼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감자탕면도 재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선보인 ‘김치찌개면’도 1993년에 세상에 나왔던 ‘김치라면’이 리뉴얼돼 부활한 제품이다. 김치라면은 출시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라면 시장의 고급화 트렌드에 밀려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김치라면은 생산이 중단됐지만, 돼지고기 육수 맛을 살려 김치찌개 면으로 재출시됐다.

중앙일보

단종된 삼양식품 김치라면. [사진 삼양식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김치라면'이 리뉴얼돼 새롭게 출시된 김치찌개면. [사진 삼양식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한부 운명에서 정식 출시로


한정판으로 출시됐다가 큰 인기를 얻어 정식 라면 제품으로 세상에 나오기도 한다.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은 불닭브랜드 10억개 판매를 기념해 출시됐는데 당초 3개월만 판매되는 ‘시한부’ 운명이었다. 하지만 일평균 45만개가 팔려나가고 3개월 동안 3600만개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면서 지난 5월 정식 출시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50년이 훌쩍 넘는 라면의 역사에서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왔거나 유행에 맞지 않아 사라진 제품도 있고,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재출시되거나 인기를 다시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중앙일보

한정판으로 나왔다가 정식으로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 [사진 삼양식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