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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톈진 미션' 완수 박충균 감독 "파투가 왜 떠나냐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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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충균 감독과 알렉산더 파투가 작별하기 직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가방 하나 들고 갔거든요. 선수들 보기에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열심히 해줬네요.”

최강희 전북 감독이 내년부터 중국 슈퍼리그(1부) 톈진 취안젠에 부임하기로 해 화제가 된 가운데 톈진에 먼저 가서 두 달간 강등권 탈출을 이끌어낸 지도자가 있다. 전북 코치를 하다가 급파된 박충균 임시감독이다. 파울루 수자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지난 달 초 톈진으로 건너갔던 그는 임시감독을 맡아 마지막 5경기를 지휘했는데 상하이 선화, 베이징 궈안, 상하이 상강 등 내로라하는 팀과의 힘든 일정 속에서도 2승3무, 무패로 마무리하고 ‘해피 엔딩’을 이뤘다.

톈진은 이번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 홈에서 전북을 이길 정도로 기세가 좋았으나 슈퍼리그 중반부터 급추락해 좋은 중국 선수들과 화려한 용병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박 감독이 흔들리는 팀을 조기에 수습, 안정 궤도에 올려놓고 최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됐다. 박 감독은 18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한국인 지도자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이 있었다. 내가 그런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꾼 것 같아 다행이다”고 했다. 전북과 계약을 해지하고 2개월 계약으로 톈진에 갔던 박 감독은 이제 새로운 지도자 인생을 모색한다.

-결과가 좋았는데.

운이 좋았다(웃음). 가서 구단 상황을 보니 답이 없더라. 1무만 해도 성공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은 알렉산더 파투(전 브라질 대표) 1명 남아 있었고, 파투도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마침 A매치 휴식기였는데 국가대표로 4명, 25세 이하(U-25) 대표팀으로 둘이 차출됐다. 여기에 둘은 부상이어서 주전 3~4명 갖고 훈련하다가 다들 모여 이틀 연습하고 상하이 선화 원정부터 시작했다.

-두 번째 광저우 푸리와 경기를 6-2로 이긴 것이 컸는데.

선화전 비기고, 광저우 푸리 원정을 갔다. 푸리는 경기장이 음산한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홈에서 강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떻게 6-2로 이겼나 싶을 정도다. 파투가 선화전 앞두고 측면이 편하다고 해서 거길 세웠는데 제 멋대로 축구를 하더라. 푸리전에 전방 공격수로 돌렸다. 첫 슛이 골대 맞고 들어가더니 자신감이 생겼는지 잘 해서 해트트릭까지 했다.

-하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코치도 없이 비디오분석관(김용신) 한 명 데리고, 가방 하나 들고 갔다. ‘한국 놈들이 제대로 할까’라는 그 쪽의 눈치를 느꼈다. A부터 Z까지 다 했다. 분위기 안 깨트리고 열심히 하니까 구단에서도 좋아했다. 둘이서 말도 안되는 일 하고 온 것이라 생각한다.

-직접 가서 보니 톈진 구단은 어떤가.

중국 선수들은 일단 공격수들이 나쁜 선수는 아니더라. 왕용포는 산둥에 있을 때부터 내가 관심 있게 봤다. 양슈도 중국 대표로 잘 하고, 박기동과 비슷한 스타일의 공격수도 있다. 클럽하우스도 전북처럼 새로 지은 건물은 아니지만 훈련에 부족함이 없었다. 운동장은 원래 있던 두 면에, 두 면을 더 만들고 있었다. 골프리조트를 개조한 뒤 숙소로 만들어 쓴다. 환경은 나쁘지 않다.

-최강희 감독과도 만났을 텐데.

내가 보고 느낀 것은 감독님께 잘 말씀 드렸다. 감독님이 경험 많고 실력이 뛰어나시니까 좋은 팀 만들 것으로 본다. 중국은 통역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톈진 선수들과 작별 인사는 잘 했나.

조금 자랑같지만 선수들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더라. 파투는 “(톈진에서)내 미래가 불투명한데 계속 배우고 싶다”고 했다. 주장이자 골키퍼인 장루도 마지막에 회식하는데 “더 생각해 보시라”며 내가 남았으면 했다. 중국 애들이 순수하고 착하다. 내 말도 잘 따라준다. 최종전을 홈에서 했다. 마침 권경원도 내년 6월에 군대 가고 그래서 나와 함께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는데 가슴 찡한 느낌을 팬들에게 받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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