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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밀착마크] 남인순 “민주당 성평등 점수 50점, 공천 줄 여성 없다는 건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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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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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좋아서 국어 선생님을 꿈꾸던 여대생(수도여자사범대 국문학과)은 이제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최일선에 섰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60·서울 송파병·재선). 스무살의 나이에 접한 ‘인천 동일방직 노조 탄압 사건(1978년)’이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고 이후 여성ㆍ노동 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1988년 인천 일하는여성나눔의집 간사로 시작해 여성부 설치, 성폭력방지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다. 2005년 호주제 폐지를 관철하는 데 앞장섰다. 호주제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썼던 이름은 부모 성을 함께 넣은 ‘남윤인순’이다.

2011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이듬해 총선에서 19대 비례대표로 처음 배지를 달았다.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병에 출마해 ‘삼둥이 할머니’ 김을동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8년 8월 25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42%를 득표해 여성 몫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선거 1호 공약’이던 민생연석회의를 출범시켰고,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가 터지자 당 유치원ㆍ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2020년 총선 때 ‘여성 공천 30%룰’을 지켜내겠다는 목표로 당내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그의 바람대로 여성의 정치 참여는 대폭 확대될 수 있을까. 남 의원을 지난 13일 밀착마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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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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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성 몫 최고위원 생활은 어떤가.

A : 굉장히 바쁘다. 이해찬 대표와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다. 경륜이 있으셔서 결정이 빨라 일하기 좋다. 젠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진보적으로 나가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런 시각 속에서 당이 나가는 방향을 잘 보려고 한다.




Q : 남윤인순에서 남인순으로 이름이 회귀했는데.

A :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남윤인순을 썼다. 그런데 공식적인 의정활동 기록이 다 남인순으로 남아 혼선이 생겼다. 남윤인순으로 입력해 검색하면 법안도 안 나온다. 일을 안 한다는 오해까지 받고, 심지어 남궁인순ㆍ윤남인순 등으로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을 선택할 때 자율성을 주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봤지만, 채택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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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한국여성의정이 주최한 '여성최고위원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남 의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신명 한국여성의정 사무총장, 양미강 민주평화당 전국여성위원장, 권은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이수희 자유한국당 비대위원.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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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국회와 민주당에 성 평등 지수(100점 만점)를 준다면.

A : 국회는 한 30~40점, 낙제점을 조금 면한 수준이다. 현재 여성 국회의원이 전체의 17%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회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등 소속 기구에도 여성 비율이 높지 않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봐도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 참여 정도는 거의 하위다. 민주당은 진보 개혁적 정당으로서 당헌에 성 평등 조항을 명시했는데, 선언적 규정에서 실질적 규정으로 변화하는 이행기에 있다. 점수는 50~60점 사이다. 너무 나쁘게 줬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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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솔뫼정치학교'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인순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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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의원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차원에서라도 여성 보좌진을 많이 채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사무실의 보좌진 10명 중 6명이 여성이다. 상위 직급에도 여성을 꼭 배치하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Q : 이해찬 대표는 여성 공천 30% 약속을 지킬까.

A : 지키셔야 한다. 당 대표 후보 시절에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으신 것 같은데 그때 여성들을 많이 발굴하겠다고 얘기했다.




Q : 여성 공천을 하고 싶어도 본선 경쟁력이 없다, 인재풀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A : 그건 핑계 같다. 사실은 늘 그래왔다. 이제 민주당은 여성들을 일회용으로 한번 활용하는 게 아니라 정말 키워주는 정당임을 당 대표가 선언하고, 실제로 그런 프로그램도 가동해야 한다.




Q : 현재 민주당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0명이다.

A : 저도 아쉽다. 당헌에 맹점이 있다. 여성 30% 공천을 해야 한다는 내용 옆에 괄호치고 자치단체장은 달리 정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 범위가 넓다 보니 조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최근에도 괄호를 빼려고 시도했는데 논쟁만 벌이다 관철을 못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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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30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야권통합 추진모임인 '혁신과 통합'이 주최한 정치콘서트 '당신들이 꿈꾸는 나라'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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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난해 문재인 대선 캠프에 여성본부장으로 합류했을 때 일부 유권자들의 지지철회 해프닝이 있었다.

A : 사실 그때 그런 반응을 보고 좀 놀라긴 했다. 여성 이슈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비치는 부분도 있구나라고 하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제가 지향하는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여성주의가 아니다. 불평등을 극복해서 함께 평등하게 가자고 하는 건데 그런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됐구나 싶었다.


당시 인터넷에는 이른바 ‘남인순 어록’이 떠돌았다. ‘성매매 남성은 초범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 ‘국방예산을 삭감해 여성부나 여성단체에 지원하자’ 등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들이었다. 남 의원은 “팩트체크를 해보니 제가 전혀 하지 않은 말이 대부분이었고, 실제로 한 말과 안 한 말을 섞어서 비꼬아놓은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Q : ‘양진호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A :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가 유착돼 있다는 의혹은 작년부터 제기돼 왔다. 이 카르텔 속에서 여성들이 엄청나게 피해를 본 거다. 심지어 피해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여성의 불법 촬영물에 ‘유작(遺作)’이란 자막을 달아 또 유포하기도 했다. 이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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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당 젠더폭력대책특위 위원장이던 남인순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인순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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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혜화역 시위’는 남성 배제와 과격한 표현 논란이 있었다.

A : 저항운동은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주의는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정치인으로서 뼈아프게 받아 들인다. 많은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 등으로 고통받고 제도나 법 집행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다는 건데 이 부분을 제도권이 수렴해야 한다.




Q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침묵했다는 지적이 있다. 최고위원 선거를 염두에 뒀던 건가.

A : 판결문을 다 보고 입장을 표명해야 되는데 선거 과정에서 솔직히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위계나 위력에 의한 추행은 잘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였는데, 안희정 전 지사 재판에도 투영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1심 결과는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하고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2심에서는 반드시 바뀌지 않을까 싶다.




Q :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돼지 발정제’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사퇴 요구는 안 했다. 홍 후보가 완주해야 문 대통령에게 유리하다고 본 건가.

A : 그런 건 아니었다. 문재인 후보 캠프 여성본부장으로서 잘못된 발언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선거는 국민들이 심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 문재인 후보가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 부각하는 방식을 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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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유치원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위' 위원장으로서 1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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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복지부 장관, 여성부 장관 후보로 자주 거론됐는데.

A : 총선이 얼마 안 남았고 이미 2기 개각을 한 상황이다. 그 점에 대해선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Q : 남편 서주원씨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으로 간데 대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A : 잘못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제 남편은 환경운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 해왔다. 제가 최고위원이 되기도 전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 난 인사다.




Q : 20대 국회에서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질까.

A : 정치인들 스스로는 정치개혁 못 한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제2의 촛불 혁명 정도의 힘을 받아야 한다. 비례대표를 늘리는 걸 현역 정치인 중에 얘기할 사람이 누가 있나. 비례대표를 늘리고 독일식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하자는 걸 국회 스스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가야 될 길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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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19대 국회 입성 기념으로 여성계 후배들이 선물해 준 '초심 거울'을 보며 웃고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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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는 전신 거울이 하나 있었다. 거울 위 글귀와 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남윤 의원님, 의정활동 4년 동안 초심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글과 정계 입문 때의 사진이었다. 사무총장ㆍ상임대표를 지낸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후배들이 19대 국회 입성 때 준 선물이다. 남 의원은 “제도권에 들어와 기존 정치 질서를 변화시키는 데 솔직히 한계가 있었다”면서 “거울을 볼 때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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