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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그녀는 8년 간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다고 한다.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
이 대목까지 듣고 누구의 이야기인지 바로 아셨다면, ‘올드 세대’ 인증입니다.
맞습니다. 1980년대 세계 뉴스를 뒤흔들며 ‘3000켤레의 구두’라는 족적을 남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1989) 필리핀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89)죠. 이 대사는 2003년 만들어진 그의 전기 영화 ‘이멜다(Imelda)’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입니다.
최근 부패 혐의로 77년형을 선고 받은 필리핀의 전 영부인 이멜다 마르코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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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령인 그의 보석 신청이 허용되면서 구속을 피했구요, 이멜다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간만 끌다 유야무야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빼돌린 돈이 11조 #구두는 사실 1060켤레
마르코스는 1965년 필리핀의 10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1986년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피플 파워(People Power)’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21년 간 대통령 자리에 있었습니다. 마르코스 정권이 출범할 당시 필리핀은 아시아의 경제를 이끄는 선도 국가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죠. 하지만 마르코스 정권이 추진한 국가 주도 경제발전 계획은 방만한 재정 지출을 초래했고, 극심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필리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1986년 필리핀 시민들이 마르코스 대통령과 부인 이멜다의 초상화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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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켤레의 구두’가 전세계에 알려진 건 1986년 이들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굴복해 권력을 내려놓고 미국 하와이로 도피한 후였습니다. 부부는 서둘러 도망치면서도 미군 수송기 두 대에 다이아몬드와 금괴, 현금, 옷과 귀금속 등을 가득 실어 갔다고 전해지는데요. 그 와중에 챙겨가지 못한 물건들이 대통령 관저 말라카낭궁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이멜다의 구두.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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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카리스마 #비틀스를 떨게 한 여자
하지만 필리핀에서 이멜다의 이미지는 단순한 ‘사치의 여왕’은 아니었습니다. ‘강철 나비(iron butterfly)’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와 물욕, 권력욕으로 나라 전체를 휘저었는데요. 레이테 지역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미모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성인이 되어 마닐라로 올라온 후 1953년엔 미스 마닐라 선발대회에 출전해 우승은 하지 못하고 ‘마닐라의 뮤즈’로 선발됐습니다.
20대의 이멜다 마르코스. [중앙포토] |
1964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빈민가를 가가호호 방문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1972년 계엄령이 내려진 후에는 공직으로 본격 진출합니다. 마닐라시 시장(1976~1986), 복지부 장관(1978~1984) 등을 역임했고, 특임대사 권한으로 전세계를 돌며 외교 활동을 벌이기도 했죠. 닉슨, 레이건, 마오쩌둥, 카다피 등이 한때 이멜다가 ‘좋은 친구’라고 표현했던 사람들입니다.
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 부부. [사진 영화 '이멜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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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든 B 존슨 미국 전 대통령과 춤을 추는 이멜다. [사진 존 F 케네디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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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는 가까스로 공항에 도착했지만 이멜다의 지시로 에스컬레이터는 중지됐고, 경호요원 등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죠. 비틀스는 이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질긴 생명력 #두테르테의 비호
이멜다는 지금도 필리핀 국민들에게 극심한 애증의 대상입니다. “마르코스는 용서해도 이멜다는 용서 못한다”며 이제라도 죄 값을 치르길 바라는 이들이 대다수인 반면, 마르코스 가문의 텃밭인 레이테와 일로코스 노르테 등의 지역에서는 아직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독재자 마르코스가 물러난 후에도 필리핀의 경제와 빈부격차 문제 등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이런 상황이 ‘누가 되도 마찬가지’라는 좌절과 함께 과거 마르코스 정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마르코스의 딸인 이메 마르코스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 [AP=뉴시스] |
필리핀의 ‘과거 청산’이 이토록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현직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여기며 이멜다 가족을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해 테러 단체 소탕을 이유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엄령 당시가 좋았다”고 말해 사람들을 경악케 했죠. 2016년 11월에는 마르코스의 시신을 국립영웅묘지로 이관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6일 마닐라 시민들이 이멜다의 구속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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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되나 #‘말레이판 이멜다’
이런 이멜다과 꼭 닮은꼴로 최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67)인데요. 나집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원)에 달하는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부인인 만소르도 남편 재임 중 자금 세탁 등을 통해 19억 상당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최근 말레이 검찰에 기소됐죠.
말레이시아의 고발 블로그에 올라온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의 모습.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색깔별로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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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이멜다 마르코스, 그가 궁금하다!
알면 알수록 무시무시한 이 사람의 실체
Q1 :이멜다 마르코스가 필리핀에서 역임한 직책이 아닌 것은?
Q2 :1986년 마르코스 대통령이 하와이로 도피한 직후 필리핀 대통령이 된 사람은?
Q3 :1966년 공연차 필리핀을 찾았다가 이멜다에게 호되게 당한 그룹은?
Q4 :'말레이판 이멜다'로 불리는 나집 라작 전 총리 부인 로스마 만소르가 가장 많이 모은 가방은?
-정답확인 : http://news.joins.com/article/olink/227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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