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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 전주 143층 타워 건설 추진 ‘자광 미스터리’,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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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광 측이 전주시 대한방직 부지에 건설하겠다는 143층 타워의 조감도. /자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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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었다. “한국의 엘론 머스크가 되고 싶은 건가요.”

“그렇죠.”

즉각 답이 나왔다. 전은수 ㈜자광 대표다.

이 회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지역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취재 말미, 전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총 1시간30여분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쏟아놓았다.

“정치는 잘 모른다. 나는 경제인이다. 우리가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으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하면 지자체장이 발 벗고 러브콜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역사회 여론이라는 것을 보면 앞뒤 다 자르고 특혜니 먹튀니 하고 있다.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부정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익스트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은 이 프로젝트는 전북 전주의 대한방직 부지에 143층, 높이 430m의 초고층 복합타워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계획대로 실현되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타워가 들어서는 것이다.

예상 비용만 2조5000억원. 등기부등본상 자광은 10억원 남짓의 자본금을 가진 중소 건설시행회사다. 가능한 프로젝트일까.

<주간경향>은 국내 최정상급 투자전문가에게 ‘자광’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하루 만에 돌아온 그의 말은 처음엔 이랬다.

“갑을관계가 뒤집힐 수 없는 사안인데 뒤집힌 것이 이상하다. 너무 크게 벌려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다.”

그럴까. 사실 <주간경향>이 취재한 지역 시민사회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 인사의 전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껌 팔아 번 돈으로 사업한다’는 말이 나온다. 껌값이라는 게 뭐냐. 롯데다. 뭔가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 의견이다.”

자광은 앞에 나서고 뒤에 롯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여기에 정치권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전주시장을 역임한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선거공약 중 ‘랜드마크 건설사업’ 공약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143층 빌딩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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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자광 전은수 대표/ 자광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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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광은 얼굴마담, 배후에는 롯데?

김승수 현 전주시장은 롯데쇼핑몰 입점을 반대해 왔다.

그에 맞선 롯데의 우회전략이라는 것이다. 계속된 이 인사의 말.

“따지고 보면 절묘하다. 토지계약금은 완납했기 때문에 용도변경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 전주는 고도제한이 없다. 군대도 공항도 없으니 도시경관법상 제한받을 것이 없다. 환경단체 등 지역 시민사회의 대응도 늦었다. 오랫동안 방치돼온 땅이니 부지계획 변경 들어가는 것에 대한 공감도 있을 것이고, 땅값까지 치른 상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롯데건설이 들어 있다 뿐이지 롯데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는 식의 옹호론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주간경향>은 전혀 다른 경위를 취재할 수 있었다.

애초 대한방직 부지와 관련, 자광에 참여를 권유한 쪽은 대한방직 소액주주 모임이었다는 주장이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강기혁씨의 증언이다. 부지 초기 매입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대한방직 전주 땅을 살 수 있는 데가 어디인지 물색을 하다 자광을 주목하게 되었다. 특이한 회사였다. 프로젝트별로 별도의 회사를 세워 하는 곳인데 종합건설업 면허는 없고 시공은 롯데가 계속했다. 회사 이력에 비해 대외적으로 거의 노출이 안된 전문 시행사였다.”

‘건설 관련 투자만 20년 한’ 강씨의 눈엔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자금력이 들어왔다.

“2017년도 재무제표만 보면 적자다. 총 분양매출이 1조8000억원이 잡혀 있는데 나머지 매출은 금년과 내년에 잡히게 되어 있다. 전문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예측 가능하다. 비용은 이미 다 잡혔고 초기에 레버리지도 대출이자 10%를 갖다 썼는데 이게 완판되면서 매출이 왕창 터지는 구조다. 올해 그리고 내년이 되면 누적 순이익이 2000억원이 날 예정이다.”

강씨의 분석에 따르면 대박을 터뜨린 것은 직전 시행한 경기 용인 성복역 롯데캐슬 공사다. 여기서만 1조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불가능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다음에 2조50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2월 7일 그는 당시 경기 용인에 있던 자광 본사를 방문해 이 전주 대한방직 부지에 대해 브리핑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였다. 전 사장은 그날 점심에 바로 전주가 고향인 상무를 내려보냈다.”

자신의 제안은 1000억원 정도의 대한방직 주식 지분을 사서 경영에 참여하라는 것이었지만 자광 측은 198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대한방직 부지에만 관심을 보이더라는 것이 강씨의 주장이다.

시각 차는 있지만 이날 회합사실은 자광 측에서도 인정한다. 전 대표는 “실제 연고자를 보내서 그 후 한 달간 해당 부지에 대한 스터디를 해서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50% 지분을 매입하면 증권거래법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방직 소액주주 제안 계기로 관심”

강씨는 롯데와 자광의 관계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과거 업력을 보면 용인 기흥역의 롯데캐슬스카이, 롯데캐슬레이시티를 시행할 때만 하더라도 거의 돈이 없었던 것이 맞다. 그런데 이게 성공하면서 순이익이 100억원 생겼다. 그것을 레버리지로 이번에는 성복역 롯데캐슬로 아직 장부상으로 반영이 안 되었을 뿐 한방에 2000억원을 벌었다. 시공사, 즉 롯데건설은 롯데캐슬이라는 이름을 빌려주고 시공한 것인데 통상 시공사의 마진인 5~6%를 먹고, 분양해 원가 뺀 모든 이익은 자광 것이다. 이 정도면 오히려 ‘껍데기’는 롯데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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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광 측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자광 기업히스토리. /자광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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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자가 엘론 머스크를 거론한 것은 자광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업력(業歷)’ 때문이다.

과거 시공실적은 간단히 이미지로만 처리되어 있고, 2019년부터 25년까지는 해외 복합개발사업에 진출한 뒤 2026년부터 30년까지는 “‘제2의 지구행성 발굴센터’를 출범시키겠다”와 같은 ‘뜬구름 잡는 듯한’ 계획이 적혀 있다. 전 대표는 <주간경향>에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의 과거가 내세울 것은 별로 없지만 미래에 도전하는 사업이다. 미래의 주거환경경제를 연구하자. 지금 개발사업 시행을 한 건 해서 버는 돈에 만족하지 말자(는 뜻에서 그렇게 적었다).”

마감 직전, 앞서 자광 분석을 의뢰한 투자전문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실제 장부상만 보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75% 분양률로 자금난이 있었을 것으로 봤는데, 성복역 일대에서 올해 아파트 시장 동향을 보면 분양권에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거래되었고, 실제 완판된 걸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만한 자금동원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앞서 자신의 추정이 틀렸다는 이야기다.

이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실제 성복지구의 경우 ‘건설사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많은 건설사가 망해 나갔고,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든 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부지를 매입한 뒤 은행 돈을 포함해 PF를 일으켜 건물 짓는 일반적인 디벨로퍼 패턴의 규모를 키워 나간 셈인데, 굳이 롯데 쪽에 손벌리지 않더라도 현금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금 흐름만 놓고 볼 때 앞서 강씨 주장처럼 시공사 롯데건설과 시행사의 갑을관계가 뒤집혀 시행사가 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과정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자광 측은 현재 공장부지로 되어 있는 토지용도를 상업지구로 변경하기 위해서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일보> 주식 매입도 그런 시각에서 읽을 수 있다.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전 대표는 <주간경향>에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인데 부채로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듣고 주주로 참여해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광이라는 회사명은 한 스님이 지어줬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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