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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재명의 운명'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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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됐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가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판단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김씨를 오는 19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당사자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지사는 17일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되었다"며 경찰이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 용도로 기소의견 송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라며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이 지사는 해당 계정은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캠프 자원봉사자가 홍보용으로 만들었다 방치한 것으로 아내(김씨)의 계정이 아니며아내가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계정을 일절 갖고 있지 않고 잠시 사용하던 카카오스토리 페이지도 오래전 폐쇄했다고 주장해왔다.

◆‘정권 차원의 메시지’ 가능성 증폭...정치생명 타격 불가피

정가에선 경찰과 이 지사 측의 진실공방을 떠나,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정부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잠룡인 동시에 각종 의혹에 휩싸여 ‘부담스러운 존재’였던 이 지사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시각이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이미 끝났다"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부터 친문(친문재인) 핵심 그룹과 극도의 대립 구도를 보여왔다. 해당 계정의 소유주 문제를 두고선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렬 변호사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다만 전 의원은 "당내 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고발을 취하했었다.

검찰이 전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 송치 후에도 기존의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김씨가 받는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이다.

특히 경찰이 이번 사건 외에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 3건에 대해서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을 고려할 때, 이 지사가 ‘줄줄이’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통상 여권의 유력 대선잠룡 또는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안에 연루될 경우, 결과와 상관없이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끊을 수 있는 죄목이 바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라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오면 당선 무효가 되고, 이후의 어떤 행보도 사실상 불가해진다. 이 지사처럼 대권 주자급인 정치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은 더더욱 치명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생명’ 달린 李 "의도적 이재명 죽이기" 전면전 선포

이 지사 측은 즉각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지사 본인이 이번 사건의 피의자 신분은 아니지만, 본인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나머지 3건에 비해 파괴력은 훨씬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지사 부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정직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 향후 ‘정치 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선 ▲경기도가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 치른 국제대회 종료 시점에 맞춰 발표해 각종 성과가 묻히게 됐고 ▲앞서 김영환 전 의원·배우 김부선 씨에 대해서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공정성 시비를 자처했다며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경찰은 이 지사와 김부선씨의 ‘옥수동 밀회’ 의혹을 제기해 이 지사로부터 고발당한 김 전 의원과 김부선씨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튿날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불행한 예측 한번 더 하겠다"며 "아마도 경찰은 트위터 계정사건도 기소의견 송치할 것이다. 진실보다는 이재명 부부 망신주기가 그들에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경기도 핵심관계자는 "이 지사가 ‘불행한 예측’을 했던 그대로 됐다"며 "어제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공식 행사가 잘 마무리되고 성과가 나왔는데, 북 대표단이 떠나는 시점에 딱 맞춰서 발표했다는 것은 누구든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계정이 김씨와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에 전혀 변함이 없고, 의도적 표적 수사에 맞서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침묵하는 與...내부서는 "이례적"

한편 이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당내에선 여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 한 다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라고 발표한 거라 이례적이긴 하다"며 "집권 3년차에 들어서는데 이렇게 여당 정치인을 압수수색 하는 경우는 거의없다"고 했다. 또다른 4선 의원은 "잠재적 대권주자이지만, 솔직히 정권 입장에서 불편한 사람인 것도 사실"이라며 "당이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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