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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언니들'이 돌아왔다… 전효숙·전수안·강금실 왜 뭉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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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남혐 넘어 평등·행복 사회로 가는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

노무현정부 시절 탄생한 ‘여성 1호’ 법무부 장관과 ‘여성 1호’ 헌법재판관, 그리고 ‘여성 2호’ 대법관이 한데 뭉쳤다. ‘유리천장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들으며 한국 여성사를 새로 쓴 인물들이다. 요즘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 등 남녀 간의 성대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젠더법(法) 연구를 통해 남녀 공히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며 나선 이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라는 다소 독특하고 긴 이름의 연구소가 탄생했다. 연구소 이사장은 전효숙(67·사법연수원 7기) 전 헌법재판관이고 대표는 전수안(66·〃8기) 전 대법관이 맡았다. 법무법인 원 대표이자 사단법인 선 이사장인 강금실(61·사법연수원 13기) 전 법무장관이 막후에서 설립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는 다양한 법 분야를 젠더 관련 시각으로 연구함으로써 그 연구 성과를 다른 시민사회단체 등과 널리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젠더와 관련된 법과 실무의 발전을 도모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양성평등 사회’ 실현에 이바지하겠다는 지향점을 밝혔다.

전효숙 이사장은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이 의기투합했다”며 “젠더와 관련된 법 연구, 영구 성과 공유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평등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왼쪽부터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노무현정부 시절 여성으로서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 인물들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맏언니' 전효숙·전수안·강금실 '의기투합'

전효숙 이사장의 표현 중 ‘의기투합’이란 문구에 특히 눈길이 쏠린다. 연구소를 주도하는 세 사람은 노무현정부 시절 당시만 해도 여성의 진출이 드물거나 제한적이었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강 전 법무장관은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과 동시에 여성으로는 처음 법무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중심적 문화가 유난히 강한 검찰조직 지휘를 맡아 검사 인사제도 개선 등 검찰개혁을 밀어붙였다. 노 대통령과 나란히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해 젊은 검사들과 언쟁한 건 유명한 일화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은 2003년 여성으로는 처음 재판관에 임명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최종영 당시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재에 입성했다. 노 전 대통령과는 사법시험 17회 및 사법연수원 7기 동기생이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취지 소수의견을 냈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에 의해 4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반대로 낙마했다.

◆19일 창립 기념 컨퍼런스로 활동 본격화

전수안 전 대법관은 광주지법원장으로 일하던 2006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김영란(2004년 임명) 전 대법관에 이은 ‘여성 2호’였다. 대법원 시절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대법관과 더불어 진보성향 소수의견을 많이 내 ‘독수리 5남매’란 별명을 얻었다. 2012년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로 개업 변호사로 일하는 대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사장을 맡는 등 공익활동와 소수자 인권옹호에 매진해왔다.

연구소는 창립을 기념해 오는 19일 오후 2시 서울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젠더와 법, 과제와 전망’이란 제목의 컨퍼런스를 연다. 전수안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전효숙 이사장이 기조강연을 한다. 이규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투에서 트랜스젠더 권리 신장으로 이어지는 미국 내 조류’라는 제목의 특강을 한다. 이후 강 전 법무장관 사회로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활발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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