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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위험천만 대리수술] ②처벌보다 예방…힘 실리는 '수술실 CCTV'(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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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우세 여론 불구 의료계 반발에 진척 없어…"정부·국회 나서야"

"대리수술 의료기관·의사 무관용 처벌 등 강도높은 근절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신재우 기자 = 대리수술 사고가 불거졌을 때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대리수술에 따른 무고한 환자 피해만 이어지고 있다.

환자단체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리수술을 막을 예방적 대안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꼽는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대리수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사고가 생겼을 경우 대리수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의 알 권리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지난달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안성병원의 CCTV 운영지침은 환자 동의 시에만 수술실 CCTV를 촬영·녹화하고, 영상은 의료분쟁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공개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녹화 장면은 일정 기간 후 영구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환자·소비자 단체들은 불법행위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고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환영 논평을 내기도 했다.

환자와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경기도와 안성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 결과 응답자의 91%가 '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 운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수술환자 16명(부분마취 15건, 전신마취 1건)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6%인 9명이 수술실 CCTV 녹화에 동의했다.

연합뉴스

안성병원 통제실 CCTV 녹화장치
[경기도 제공]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술실 CCTV는 안성병원에 설치된 지 1개월이 넘었지만 다른 병원으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의사협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해 진료가 위축될 뿐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의사협회는 안성병원의 CCTV를 떼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사단체가 이처럼 수술실 CCTV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복지부와 국회도 이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비의료인에게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는 의료법에 의해 강도 높은 처벌을 받는다는 원론적 측면만 강조할 뿐 예방적 조치인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6개 공공병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 경기도 사례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의 반응 등 경과를 살펴보면서 전국적인 의무화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런 사정은 국회도 마찬가지다.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환자 피해가 잇따르는데도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좀처럼 발의되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국회가 의사들의 안전을 위해 10개가 넘는 법률 개정안을 무더기로 발의했으면서도 CCTV 설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게 현실"이라며 "의사단체에 대한 국회의 눈치 보기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꼬집었다.

한편으로 의사협회가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맡긴 의료인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이런 사례가 한건도 없어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자체가 범죄행위고, 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공범 관계인데도 근절되지 않는 건 의료계가 말로만 근절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는 묵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물론 대리수술에 관여한 의료진에 대한 무관용 처벌, 의료기관과 의사 명단 공개 등의 근절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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