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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의도시선]'합리적인' 김관영은 왜 투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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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한국당 가교역할한 김 원내대표

여야정협의체에서도 文대통령에게 협치 강조

조명래 임명 강행·김동연 경질에 마음 바꿔

여당, '든든한 우군 잃어'..향후 정국 어찌 끌고 갈까

이데일리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번 주 이 기자의 시선을 사로 잡은 인물은 조명래 환경부장관 임명 강행과 여당의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다.

김 원내대표는 평소 합리적이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재정경제부 공무원과 변호사를 한 덕분에 경제와 법률 모든 분야에 전문성도 갖췄다. 또 원래 민주당 출신이라 여당과의 교감도 있다. 덕분에 그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됐을 때 여야를 막론하고 그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다당제 하에서 쉽지 않은 여야간 협상 과정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김 원내대표가 취임한 후 여야 3당 교섭단체 회의에서 그는 거대양당의 가교 역할을 했다. 또 당내에서도 소속 의원들과 함께 매주 아침마다 정책워크숍을 열고 이를 정리한 위클리정책 브리핑을 하면서 정책정당, 실용정당의 이미지를 세웠다.

그런 그가 이번 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15일로 예정돼 있던 본회의에 불참하는 등 강경 행보를 보였다.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진 김 원내대표로서는 의외의 모습이다.

무엇이 김 원내대표를 화나게 했을까. 정치권에서는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만난 여야정상설협의체 모임을 변곡점으로 꼽는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협치를 해 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따로 편지까지 준비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치를 통해 꼬인 정국을 풀어가야 한다는 평소 신념을 피력한 것이다. 국회로 돌아온 후 그는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제안하는 등 협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협의체 합의문이 나온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야당에서 반대한 조명래 환경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 중간에 예산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는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일이 김 원내대표의 입장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후 12일 예정된 실무협의에 야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여야 협치 정국은 일주일 만에 파열음을 냈다. 이때에도 김 원내대표는 중재자로 나섰다. 원래 야당의 요구조건은 인사전횡과 협치 파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검증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 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니 나머지는 대통령 귀국 후 논의하고, 채용비리 국정조사만이라도 받으면 국정에 협조하겠다는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이 역시 여당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5일 본회의에 불참했고, 그 후로 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한 발언 강도를 더 높여가고 있다.

여야 관계 측면에서 볼때 김 원내대표의 변심은 여당 입장에선 뼈아프다. 그래도 한국당에 비해 ‘말이 통하는’ 상대인 파트너를 잃게 되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결속을 다져줬다는 면에서도 여당에게 유리할 게 없다. 당장은 정부여당의 버티기가 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야당 입장에선 여기에 대항할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국 운영을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개혁법안이 많이 남아있다.

※[여의도 시선]은 국회를 출입하는 이 기자의 눈길을 끈 장면이나 소식에 이 기자의 시각을 담아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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