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대북 제재 해제 하나뿐이라고 한다.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폐기하면 제재가 풀려나갈 것이라고 계산했으나 오산으로 판명 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주판알을 다시 튀겨봐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이 정확한 북핵 리스트를 내고 검증받겠다고 하면 대북 제재는 완화가 아니라 해제될 수 있다. 미·북 수교와 대북 지원도 이어진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 핵심 조치는 일절 하지 않고 이미 쓸모없어진 풍계리·동창리 쇼로 제재 대열을 이완시키려 한다. 미 언론들은 이제 이를 북의 핵 사기극이라고 부르고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대미(對美) 협상 국면을 더 이어갈지, 아니면 작전을 바꿀지 결정해야 할 기로에 있다.
북이 '전략무기' 아닌 '전술무기'라고 굳이 밝힌 것은 아직 판을 깰 생각은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핵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이 핵 신고서를 내기보다는 고난의 행군과 도발을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협상 국면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지금 어느 한쪽에 올인하는 것은 안보 정책이 아니라 정치 도박이다. 문 대통령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만나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하고, 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주한 러시아 대사에게 "북 제재 완화를 요구해줘 고맙다"고 한 것은 김정은에게로 올인하는 것이다. 제재 외에 북을 비핵화로 이끌 수단이 없다고 보는 미국을 흔드는 것이다. 펜스 미 부통령은 최근 "우리는 수십 년간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지원을 해줬지만 그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면서 미·북 2차 정상회담에선 북한이 핵·미사일 기지 공개에 대한 계획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신중하고 냉철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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