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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킹크랩 개발한 둘리 "김경수 'ㄷ'자 책상 가운데 앉아 시연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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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킹크랩 설치된 휴대폰 앞에 놓고 작동되는 모습 金지사에 보여줘"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일당에게 네이버 등에 오른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현 여권(與圈)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6일 서울중앙지법 311호에선 김 지사의 두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는 드루킹의 최측근인 '둘리'(필명) 우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우씨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개발해 김 지사에게 이 프로그램을 돌리는 장면을 직접 시범 보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범을 봤는지는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다. 만약 이 부분이 인정될 경우 김 지사는 네이버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 혐의로 드루킹은 구속 기소돼 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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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는 2016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을 방문했을 당시를 자세히 증언했다. 우씨는 김 지사가 그해 9월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벌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을 처음 찾았다고 했다. 그는 "김 지사가 다녀간 뒤 드루킹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우씨는 "원래 킹크랩 개발 (완료) 예정 기한은 2017년 중반이었다"며 "(김 지사에게 이 프로그램을) 시연(試演)하기 위한 일정에 맞추려고 프로그램 개발을 서둘렀다"고 했다.

킹크랩 시연은 두 달 뒤인 11월 9일 있었다고 했다. 우씨는 "(느릅나무출판사) 2층 강의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드루킹이 불러 강의실로 들어갔다"며 "강의실 안에는 '디귿(ㄷ)' 자 모양의 책상이 스크린을 향해 배치돼 있었는데 김 지사는 책상 가운데 앉아 있고, 드루킹은 오른쪽 앞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우씨는 김 지사에게 곧장 다가가 책상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킹크랩을 실행한 뒤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섰다고 했다. 이후 김 지사는 자동으로 네이버 기사로 화면이 넘어가고 댓글 추천이 자동 클릭되는 과정을 말없이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댓글 순위를 조작한 기사는 최순실씨와 그의 측근인 고영태씨가 나이 차가 많은데도 서로 반말을 한다는 기사였다고 했다. 그는 "3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킹크랩을 돌렸다"며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한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8시 7분부터 23분까지 느릅나무출판사에서 킹크랩을 돌린 흔적도 제시했다. 우씨는 "김 지사가 다녀간 뒤 드루킹의 지시에 따라 킹크랩 2차 버전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김 지사 측은 당시 킹크랩을 돌린 흔적은 시연이 아니라 일상적인 테스트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우씨가 킹크랩 개발 및 시연 과정에 대해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있고, 드루킹 등 다른 공범들과 말을 맞춘 정황이 있다"며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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