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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美 옥죄자… 1년만에 ‘무기 시위’ 나선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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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핵 신고계획’ 요구 다음날

北 “첨단전술무기 시험 지도” 공개… 대화 판 깨지 않는 수준 수위조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만에 군사행보에 나서면서 핵시설 신고 및 사찰 계획을 요구하며 제재 고삐를 죈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을 위협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무기 개발 현장지도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미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16일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무기 시험 현지 지도는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참관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뒤 처음으로 무기 개발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의 이 성과는 당의 국방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정당성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며 우리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라면서 대만족을 표시했다. 이어 “저 무기는 ‘유복자’ 무기와도 같은데 오늘의 이 성공을 보니 우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한 첨단무기가 선군(先軍) 정치를 앞세웠던 김정일의 유훈을 이은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도한 무기의 구체적인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개량형 방사포와 같은 신형 장사정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 재개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제재 고삐를 죄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을 향해 지난해 긴장 국면으로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다는 ‘공개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일축하며 북한의 비밀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 시간) 북한이 비밀 기지에서 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대해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핵·미사일 시설과 무기를 모두 공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신무기가 미국을 겨냥한 ICBM 등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라고 밝히며 미국과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현지 지도엔 미사일 개발 총사령탑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동행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약속(완전한 비핵화)이 지켜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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