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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VIEW POINT] 엄마들 지지에도…국회서 표류하는 `박용진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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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 돈 받아서 명품 백 사면 안 됩니까?"(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과 사립유치원 모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조그만 비위로 유치원 집단을 매도하고, 유치원 건물과 용지 등 '내 돈' 들여 아이들을 키워내 온 공로는 모른 체한다는 성토다. 반면 여당과 학부모들은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목청을 세운다. 정부 돈을 사적으로 막 써도 된다는 논리가 가당키나 하느냐는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 엄마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던 '비리 사립유치원' 문제 해결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교육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조만간' 자체 법안을 내놓고 병합심사를 하자며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12일 법안소위에서 한국당은 비쟁점인 사립학교법(법인장과 유치원장을 분리해 관리·감독 체계 정비)과 학교급식법(유치원 급식도 학교 급식처럼 관리)도 정리에 나서지 않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5일 129명 전원이 발의한 법에 대한 '당론 추인'을 뒤늦게 공표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여야 대립의 핵심은 유아교육법의 회계 시스템 도입과 교육 목적 외 정부지원금 사용 불가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한 원칙이 '사적재산권' 가치와 충돌하느냐의 문제다. 여당은 정부의 지원금을 사용하는 곳에서 회계가 투명하지 않아 교육 목적으로 제대로 썼는지 보겠다고 한다. 특히 지극히 상식적인 법으로서 성인용품이나 명품 백을 사는 비위를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강조한다.

반면 한국당과 한유총은 사적재산을 사용해 설립한 유치원을 단순히 교육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관여해도 되느냐고 맞불을 놓는다. 특히 정부 지원금이더라도 교육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받은 돈을 왜 마음대로 쓰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한국당은 유치원 원장들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법안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해법의 실마리는 간단하다. 유치원의 예산 세 가지(정부보조금, 정부지원금, 학부모부담금) 중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보조금으로 일원화하고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투명화하면 된다. 지금까지 정부보조금, 정부지원금, 학부모부담금이 뒤섞여 어떤 돈을 어떻게 썼는지 불분명해 사적 전용이 가능했다. 정부 돈 씀씀이 파악이 미진했으니, 앞으로는 제대로 검사하면 된다. '박용진3법' 통과는 그 시발점이다.

'공공성'은 교육의 기본 속성이다. 교육기본법상 사립유치원은 공공성을 띠는 '학교'로 분류된다. 사적재산을 투입해 아이들을 키워 온 공로 등 위로책은 별도로 다루면 된다. 법안 통과를 미적대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정치부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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