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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독자칼럼] 50원으로 되돌아본 `일회용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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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50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50원은 이제 돈 같지 않다. 길에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다. 하지만 50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며칠 사이에 실감하고 있다.

지구가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태평양에는 '섬 아닌 섬'이 있다고 한다.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다. 이곳에서는 물고기나 새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삼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고 한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방침에 따라 정부가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한 지도 꽤 됐다.

내가 일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매장에서도 10월 중에 비닐봉지 무료 제공이 중단됐다. 무상 제공을 중단하기 전에 손님들에게 미리 알리면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약에 필요하면 50원에 구매해야 하니 장바구니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무료 제공을 중단한 첫날이 됐다. 예상은 했으나 장바구니를 들고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50원짜리 봉투를 대부분 거부했다. 처음에 봉투를 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50원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니요, 봉투 필요 없어요" 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리곤 빵을 핸드백에 구겨 넣는가 하면, 양손에 가득 들고 매장을 나가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빵 하나도 그냥 들고 가면 큰일 날 것처럼 봉투를 찾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무시로 더 달라고 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50원의 힘은 대단했다. 하지만 실상은 50원이 문제가 아니라 공짜에 익숙해져 버린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젊은 남자 한 분이 꽤 많은 빵을 샀다. 봉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계산이 끝나자마자 손님은 가방에서 에코백을 꺼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빵을 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 손님은 그분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젊은 남자라니, 예상외 일이어서 그 사람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됐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세상에서 장바구니를 챙긴다는 건, 조금은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습관이 되면 불편함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더불어 일회용품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장미숙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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