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사설] 갈수록 늘어날 토종 지배구조펀드의 기업경영권 공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토종 지배구조펀드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권 공격 가능성을 내비친 건 증권시장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일이 될 듯하다. 해당 펀드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로 투자목적유한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내세워 한진칼의 지분 10%를 취득했다. 한진칼 최대주주는 17.84%를 가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며 특수관계인을 합쳐 28.9%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이 43.9%에 이른다. 국민연금(8.3%) 크레디트스위스그룹AG(5.0%) 등 기관투자가 지분은 합쳐서 17.1%다. 주요 주주나 소액주주를 끌어들이면 누구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포다.

그레이스홀딩스의 지분 매집과 경영권 공격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한진칼의 모그룹 대주주 일가 구성원이 잇달아 사회적 물의를 빚고 안팎에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대주주 일가에 대한 사법 처리를 위한 조사를 벌였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한진 측에 경영관리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보냈고,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 중에는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나설 것인지 검토하는 곳도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레이스홀딩스 같은 지배구조 관련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과 여건 변화에 힘입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하고 그에 맞춰 기업 경영권 공격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대기업 지분 매입 제한이 풀리고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 데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도 이런 쪽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은 주로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효과적인 사업 구조조정 등을 요구한다. 미국계 투기자본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과 현대차 등을 공격해 부정적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토종 펀드인 데다 정당한 요구를 하고 나설 경우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해 단기 차익을 챙기고 떠나는 먹튀 행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견제가 필요하다. 또한 상법 개정 때도 경영권 불안을 증폭시키는 제도 도입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도 경영권 안정은 궁극적으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 투명경영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