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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막장으로 가는 젠더 갈등, 남성과 여성이 투쟁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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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에서 여성 2명이 남성들에게 폭행당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서 시작된 '이수역 폭행 사건'이 이후 상반된 주장이 나오면서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히면서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이 여성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거친 욕설을 하는 동영상이 퍼지자 남성들이 '남성 혐오'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남혐·여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 사건을 남성과 여성 일행 간 쌍방폭행으로 규정하고 16일 "여성이 말다툼하던 상대 남성에게 다가가 손을 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남녀 혐오 논쟁이 점화된 것은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말로만 듣던 메갈(남혐 인터넷 사이트) 회원을 실제로 본다. 얼굴이 왜 그러냐" 같은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말에 분노한 여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폭행 남성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메가톤급 이슈로 떠올랐다. 메갈, 외모 비하 발언 등의 진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막장으로 치닫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남녀 간 편가르기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몇 해 전 김치녀(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여성), 한남충(한국 남성은 벌레와 같다) 등 신조어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이성에 대한 비하와 경멸, 적대감은 극단적인 단체들의 자극적인 행동으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모양새다. 아주 작은 사안도 남녀 간 증오로 번지고,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행사도 수시로 열리고 있다. 최근에도 한 여성단체가 '홍익대 불법촬영(몰카)' 사건 가해 여성에 대한 사법부 결정(1심 징역 10월)이 편파 판결이라며 집회를 열었고, 한 남성 단체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의자 유죄판결을 규탄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성 간 반감과 갈등도 더 커지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은 투쟁 상대가 아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고, 이성 간 극단적 대립은 한국 사회를 더 후퇴시킬 뿐이다. 남녀 간 성숙한 대화를 통해 사회악이 되어가고 있는 젠더 갈등을 해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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