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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주판 진주만’ 찾은 아베, 승전국들과 화해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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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추도비에 헌화 뒤 “양국 화해” 강조

피침략 아시아국 대하는 태도와는 달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스트레일리아판 진주만’인 다윈을 찾아 전몰자 추모비에 헌화했다. 일본 총리가 이곳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주요 승전국에 적절히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침략의 대상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이런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16일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항구 도시 다윈에 있는 전몰자 추모비를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함께 참배했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때인 1942년 2월19일 폭격기 200대 이상을 동원해 다윈을 공습했고, 오스트레일리아군을 포함한 연합군 250여명이 숨졌다. 당시 일본군은 연합군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다윈 기지를 파괴해 동남아시아 침략의 장애물을 제거하려 했다.

아베 총리는 “다윈은 일본군의 공습으로 많은 희생을 치른 곳”이라며 “희생된 군인들을 추도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이 화해하고 전략적 파트너가 되게 해준 많은 일본인과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아베 총리의 (다윈) 방문은 매우 상징적이며 중요하다. (아베 총리의 다윈 방문이) 양국의 경제, 안보, 공동체, 역사적 유대와 함께 강하고 지속적인 우정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베 총리 환대 배경에는 일본의 대규모 투자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해상에서 진행되는 4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최대 투자자가 일본 업체들이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서도 오스트레일리아와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모리슨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다윈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해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다.

아베 총리는 2016년에는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혼에 영겁의 추도의 뜻을 바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인들의 상처의 현장을 찾아 추도나 반성의 뜻을 나타낸 적은 없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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