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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강제징용 판결' 발끈한 일본의 이중적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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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외상·국제법국장 국회 답변 의미 / '강제징용 피해자 위자료, 청구권협정과 무관' 사실상 인정

세계일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의 개인청구권 미소멸 발언과 미카미 마사히로(三上正裕·사진) 외무성 국제법국장의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이하 청구권협정)에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일본 국회 답변으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한·일 관계의 국제법적 기반(청구권협정)을 뒤엎었다는 일본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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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4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에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한 고쿠타 게이지 중의원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쿠타 게이지 의원 홈페이지


이번 사안의 최대 쟁점은 과연 청구권협정에 따라 원고(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는지 여부였다. 청구권협정 제2조는 양국 및 양국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에 관한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권협정은 채권·채무와 같이 금전적, 재산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우리 대법관 다수는 징용피해자의 미수금과 같은 금전적, 재산적 문제가 아닌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는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배상 확정판결을 내린 것이다. 논리적으로 우리 대법 판결이나 일본 당국자의 국회 답변이 동일한 내용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고노 외무상과 미카미 국장의 국회 답변은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 모순돼 보인다는 것이다. 평소 한국을 경시하는 성향을 보여온 고노 외무상 스스로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 훼손”(10월30일 기자회견), “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10월30일 담화), “폭거이자 국제질서 도전”(11월6일 기자회견)이라고 밝히는 등 격렬하게 반발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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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타 게이지 일본 중의원이 14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 등을 대상으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를 집중 추궁한 내용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는 고쿠타 의원 홈페이지.


일본 당국자가 대외 주장과 국회 답변을 이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투트랙(Two Track)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국가 간의 협정은 양국에 똑같이 적용된다. 일본 정부가 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천명하면 일본 국민의 권리도 포기한 것이 돼 일본 내부적으로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1965년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일본 정부 당국자가 국회에서 관련된 내용을 질의 받으면 △청구권협정에 따라 양국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하면서 ‘어떻게 해결됐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양국이 국가로서 가지고 있는 외교보호권을 상호 포기한 것이지 △개인 청구권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즉 ‘청구권의 완전하고 최종적 해결’이라는 형식은 ‘외교보호권 포기’와 ‘개인청구권 미소멸’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세계일보

고쿠타 게이지 중의원 의원(일본공산당 소속)이 14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에서 대법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는 무관함을 알리고 있다. 고쿠타 게이지 의원 홈페이지


일본 정부는 결국 대외적으로는 자국에 유리하게 보일 수 있는 청구권의 완전하고 최종적 해결이라는 협정 문구만 부각하고, 국회 답변을 통해서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주장하는 이중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은 “위안부 문제 소송에 참가한 일본인 변호사도 일본 정부가 일본인 피해자의 배상청구 문제와 한국인 피해자의 배상청구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한다”며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하면 자국민을 포기한 것이 되니 국회 답변과 외부 주장이 달라 보이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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