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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HI★인터뷰] “과거 연기, 욕먹을 만 했죠”...송승헌의 놀라운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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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더좋은 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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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최근 3~4년 사이에요.”

송승헌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고백은 놀라웠다. 1995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1996년 MBC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 ‘가을동화’ ‘여름향기’ ‘에덴의 동쪽’ 등 굵직한 히트작들을 남긴 그에게서 들을 거라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였다.

최근 OCN ‘블랙’ ‘플레이어’에 연이어 출연하며 전과 사뭇 다른 연기로 변신에 성공한 송승헌. 2014년 영화 ‘인간중독’을 시작으로 쉴 틈 없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의 속내에 대한 질문에 송승헌은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신비감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입을 열었다.

“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으면 작품을 이어 하려는 편이에요. 매 작품이 다 흥행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남는 건 작품인데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해야한다는 생각이에요.”

이어 송승헌은 또 다른 ‘열일 행보’의 이유로 개인적인 심경의 변화를 덧붙였다.

“솔직히 20대와 30대의 송승헌은 연기도 몰랐고, 연기를 준비해본 적이 없었으니 작품을 준비하는 게 힘들고, 재미도 없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연기를 시작했고, 주변의 강압 아닌 강압 속에서 연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죠. 그래서 연기를 했지만 어릴 때는 그다지 연기가 재미있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평가가 좋을 수도 없었죠. 지금도 ‘가을 동화’를 보면 채널을 돌리고 싶고, ‘욕 먹을 만 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웃음) 그러던 중 제 심경의 변화를 준 계기가 됐던 건 한 팬의 편지였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당신 자신에게도 감사하며 사세요’라는 글귀가 있었는데, 그 한 마디가 굉장히 와 닿았었거든요. 내 직업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뭘 하더라도 대충 하면 안 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로 연기에 재미를 붙이려고 하다 보니 최근 3~4년 사이에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됐죠. 연기적인 욕심도 많이 생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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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은 이 같은 변화가 본격적으로 담겼던 작품으로 영화 ‘인간중독’을 꼽았다.

“제 자신이 그간 가둬진 채 틀 안에서만 움직이려 했었다면, ‘인간중독’은 그 틀을 깨게 해 줬던 작품이었어요. 아마 2~30대 때에는 하지 못했을 작품이었죠. 불륜이라는 소재 속에서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가슴이 아팠고, 노출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처음으로 그런 시도를 하고 나니 다음 작품을 선택하기가 점점 더 쉬워지더라고요. ‘인간중독’이 터닝 포인트였죠.”

긴 연기 인생 속 맞이했던 터닝포인트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갈증을 해소하던 송승헌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OCN 장르물에 출연하며 전보다 한층 가볍고 유연해진 연기를 선보였다.

“멜로를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장르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던 그의 말을 입증하듯, 송승헌은 지난 11일 종영한 OCN ‘플레이어’에서 장르물의 매력을 십분 살린 호연으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오해도 많이 받곤 하지만, 사실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때의 저는 짓궂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가벼운 사람이에요. 감독님께서 처음에 저에게 주문하셨던 것도 평소의 제 모습처럼 장난스럽고 편한 콘셉트로 강하리를 그려달라는 거였죠. 감독님과는 원래 친한 사이였고, 현장도 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모습이 나왔던 것 같아요. 멋있는 척 하지 않고 힘을 주거나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고 쿨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그리려고 했었는데, 그런 점을 새롭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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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멋있고 로맨틱한 남자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한 송승헌의 연기는 그의 재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 역시도 어릴 때의 저였다면 못했을 연기였어요. 그런데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으니 굉장히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고, 봐주시는 분들도 좋게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반응이 신기했죠. 예전에는 뭘 할 때 마다 힘을 주고 조금 더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런 것 보다 편하게 했더니 좋아해주시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변화 계기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웃음) 멋지고 힘주는 연기는 많이 해 봤는데, ‘블랙’을 하면서 편안한 연기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결국은 시간이 지나니까 어릴 때 제가 가졌던 자세와 생각이 점점 유연해지더라고요.”

“이번 작품으로 연기에 대한 호평을 듣게 돼 기분이 좋다”는 송승헌은 올 겨울을 보낸 뒤 늦지 않게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생각하고 있는 작품은 있는데,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어요. 추은 겨울은 조금 놀고(웃음),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장르물을 조금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을동화’처럼 정말 가슴 아픈 정통 멜로물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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