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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불신임 위기’ 메이, 브렉시트 합의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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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에 부합하는 것" 단언.. 불복한 장관들 줄줄이 사퇴
보수당선 불신임투표 거론.. EU "재협상 없다" 못박아


파이낸셜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수도 런던의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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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탈퇴 조건을 놓고 EU와 17개월만의 협상 끝에 초안을 완성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각 및 여당의 강력한 반대와 불신임 위협에도 불구하고 협상안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이 불가하다며 영국의 변심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협상안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합의 없이 EU를 떠나거나 떠날 수 없는 상황을 감수할 수도 있다. 혹은 모두가 연합해 우리가 협상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내에서는 연설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야유가 쏟아졌으며 메이 총리는 이후 3시간 간의 질의응답에서 여야 모두의 공격을 받았다.

■총리 불신임까지 등장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와 EU가 제시한 브렉시트 협상안에서 EU 규제를 따라야하는 과도기가 언제까지인지 불확실하다며 이를 반대했다. 그는 이날 새벽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 장관이 사임한 점을 지적하고 "이론적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벌였던 장관까지 '나는 이 협상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마당에 누가 이 협상안을 믿겠냐?"고 강조했다. 코빈 대표는 "메이 정부는 브렉시트 장관과 그 전임자들이 거절했던 이런 반쪽짜리 협상안을 의회 표결에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랍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고 지적한 뒤 "끔찍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스터 멕베이 고용연금장관, 수엘라 브레버먼 브렉시트 정무차관, 쉐일시 바라 북아일랜드 차관도 잇따라 사표를 던졌고 의회 보좌진 2명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016년 국민투표부터 브렉시트 운동의 선봉에 섰던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에게 브렉시트 장관자리를 제안했으나 고브 장관이 이를 거절했다. 신문은 고브 장관이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며 같은 브렉시트 지지자인 크리스 그레일링 교통장관, 페니 모던 국제개발부 장관 역시 사임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같은날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모임의 수장인 제이컵 리스 모그 하원의원은 당 지도부에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제출했다. 당규에 따르면 48명의 의원이 서한을 제출하면 불신임 투표가 열리게 된다.

■메이.EU는 합의 강행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설전을 벌인 뒤 성명을 내고 "나는 내가 설정한 경로가 영국과 모든 영국민을 위한 옳은 길이라는 점을 굳게 믿는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옳은 결단을 내리는 것이지 쉬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합의를 위해 일부 후퇴한 면도 있지만 이번 브렉시트 협상안이 "2016년 투표에서 국민들이 원했던 것이고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고 단언했다.

같은날 바다 건너 영국의 혼란을 지켜보던 EU 측은 영국의 사정과 별개로 절대 재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브렉시트 재협상 문제에 대해 "영국과 EU 27개국이 합의한 문서가 테이블에 있다. 지금으로선 우리가 추가로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영국의 현 정치적 상황이 합의안 승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기름을 부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영국이 협상 없이 EU를 탈퇴하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영국 내각의 혼란에 대해 묻자 "EU는 영국과 마지막 협상을 준비하고 있고 물론 협상 없는 브렉시트 시나리오도 준비중이다"고 답했다. EU 정상들은 오는 25일에 특별 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합의문 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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