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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짜 사연'으로 기부금 4억원 챙긴 美노숙자·커플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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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짜고 지어낸 사연으로 가짜 기부 사이트를 만든 뒤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챙긴 미국 뉴저지의 한 커플 일당이 노숙자와 함께 15일(현지 시각) 검찰에 기소됐다.

미국 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저지 벌링턴 카운티 검찰은 노숙자 조니 보빗과 커플 마크 다미코, 케이트 맥클루어를 불법 공모 및 사기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전날 보빗은 필라델피아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커플도 같은 날 경찰에 자수했다.

조선일보

노숙자 조니 보빗(오른쪽)과 케이트 맥클루어(왼쪽)와 그의 남자친구는 공모해 꾸며낸 사연으로 40만달러의 기부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고펀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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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은 지난해 노숙자 보빗과의 특별한 인연을 담은 사연과 함께 크라우드펀딩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노숙자를 위한 기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95번 고속도로에서 차에 기름이 떨어져 방황하고 있는 맥클루어에게 노숙자가 기름비 20달러를 건넸다는 훈훈한 사연에 사람들의 기부가 물밀듯이 이어졌다. 무려 1만4000여 명이 총 40만2706달러를 기부했다.

이들의 사연은 미국 신문과 방송에도 소개됐고, 커플와 노숙자의 아름다운 인연은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문제는 지난 9월 노숙자 보빗이 커플에게 기부금 배분 문제로 불만을 품으면서 불거졌다. 보빗은 커플이 기부금을 그들의 개인 돼지저금통 쓰듯 꺼내쓰고, 수준 이상의 과소비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후 보빗은 기부금 전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뒤 커플을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커플은 오히려 보빗이 2주 만에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를 쓰는 등 과소비가 심하다고 반박했다. 커플의 변호사는 보빗이 총 기부금 중 절반인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를 챙겼다고 했지만, 보빗은 7만5000달러(약 8500만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은 뉴저지 플로렌스에 있는 커플의 집을 급습했고, 화물트럭에 실린 갓 뽑은 BMW 차량과 값비싼 보석류, 현금을 압수했다.

이날 검찰은 3명에 대한 형사 기소를 발표하며 그들이 만든 사연 중 사실인 부분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맥클루어는 당시 차에 기름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노숙자는 맥클루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발견하지도 않았으며, 돈을 주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맥클루어는 기부 사이트를 만든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친구에게 사연을 완전히 지어낸 것이라고 고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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