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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논산 여교사 인터뷰 “'제자와 관계' 내 잘못, 삼각관계는 사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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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였던 A씨와 ‘부적절한 관계’ 사실
이별 이후 ‘스토킹’에 시달렸다
또 다른 제자 B군과의 의혹은 전 남편 거짓말

"죗값 치르면서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내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충남 논산시 한 고교에서 보건교사로 일했다. 지난해 복학생 A(20)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여기에 또 다른 재학생 B(19)군과 ‘삼각관계’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7월 그는 남편과 이혼했다. 이 일이 지역 언론에 알려지면서 ‘논산 여교사 사건’으로 불렸다.

지난 15일 ‘논산 여교사’ 이화영(가명·36)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요청을 거절했지만 사건이 확산되며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면서 인터뷰를 수락했다. 다만 "교제했던 A씨의 스토킹이 무섭다"면서 현재 머무는 곳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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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쯤 모처에서 만난 ‘논산 여교사’ 이화영(가명)씨.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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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카디건 차림의 이씨는 ‘수수한 인상’이었다. 말투는 덤덤했다. 그러나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몇 차례 울음을 터뜨렸다. 두 딸의 양육권 문제, 또 한때 ‘연인’이었던 A씨의 스토킹 사실을 증언할 때였다. 학교 측이 이 일을 몰랐다는 것이 ‘거짓’이라는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이씨는 "교제 직후 학교에 소문이 퍼졌고, A씨의 담임교사를 만나 관계를 실토했다"고 말했다.

ㅡ제자와 육체적 관계를 가진 게 사실인가.
"지난해 3월 논산의 한 고교에 기간제 보건교사로 취직했다. 그전에는 간호사로 일했다. (기숙형 학교라) 첫날 방문 학생이 100명도 넘었다.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성(性)교육도 담당한다. 일한 지 두 달째 학생들로부터 ‘성교육’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간호사로서, 업무 연장 선상이라고 생각하고 답해줬다. ‘학생과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면 문제가 생긴다’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A씨는 그때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아이들이 나를 성적(性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경계가 풀어졌고 차츰 친해졌다. 6월 무렵부터 사귄 것이 맞다." (A군은 학교를 유급해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만 19세로 미성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ㅡA씨는 "교사가 먼저 입을 맞췄고, 성관계 동영상 촬영까지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먼저 끌어안고 입을 맞춘 적 없다. 성관계 영상을 찍자고 말한 적도, 찍은 적도 없다. A씨가 먼저 스킨십을 시도했다. 내가 받아준 것은 잘못이다. 돌이켜보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전부터 A씨가 ‘선생님과 결혼해서 딸을 내가 키워야겠다’고 얘기해왔다. 얼토당토않은 말인 걸 알았다. 하지만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가정사에 너무 치였다. 남편에게 의지할 수가 없었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집에서 행복하지 않다’ ‘이혼하려 한다’는 등의 사적인 이야기도 자주 털어놨다는 것이 학교 구성원들 얘기다.)

ㅡ학교는 교제 사실을 몰랐나.
"사귄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7월, 학교에 소문이 퍼졌다. A씨가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말한 것이다. 결국 A씨 담임교사 귀에도 들어갔다. 이 일로 인해 A씨가 자퇴했다. 자연스럽게 그와의 관계도 끊겼다. 자퇴한 지 몇 달 뒤인 지난해 9~10월 사이에 다시 만난 적은 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A씨에게 ‘대학 졸업하고, 직장 구할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집착이 심해졌다. A씨 연락을 피하려고 전화번호를 다섯 번이나 바꿨다. 그런데도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면 그였다." (학교는 16일 통화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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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A씨가 “자살하겠다”면서 이씨에게 보낸 문자. /이씨 제공


ㅡ집착이 어느 정도였나.
"남편과 별거 중이던 지난 4월 A씨가 집으로 찾아왔다. 차비 줄 테니까 돌아가라고 했는데, ‘너 나 좋아하잖아’ 하면서 뺨을 때렸다. 그러면서 강제로 내 옷을 벗겼다. 나는 자포자기 상태였고, 술병을 깨뜨려 자해(自害)하려고 했다. 밀고 당기면서 A씨의 손에도 상처가 났다. 내가 지혈해서 치료받도록 해줬다. 카카오톡으로 (한때 교사였던 내게) 입에 담을 수 없을 수 없는 욕설을 보내기도 했다. 남편을 벗어나도 이런 사람을 또 만난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심했다."

ㅡ남편과의 관계는 어땠나.
"폭력적인 성향이 있다. 부부싸움하면 뭔가 부수거나, 유리창을 깼다. (유리에 찔려) 피를 흘리는 것들이 내게는 공포였다. 폭언도 심했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 ‘네가 딴 놈 새끼 배기 전에는 절대 이혼 안 한다’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네가 하는 음식 먹으면 병 날 것 같다’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려도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이며 자는 척하면서 살았다."

ㅡ그런 성향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나.
"그 사람은 집착이 심했다. 나를 인형처럼 대했다. 외출할 때 내가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들면 갈아입으라고 시켰다.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면, 미용실에 전화해서 ‘3cm 이상 자르지 말라’고 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 남편 전화를 못 받았는데 병원으로 전화해 난동을 부렸다. 보건교사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미친X아 죽인다’고 외쳤다. 학생들이 내 걱정을 할 정도였다."

ㅡ그런데 이혼이 아니라 ‘외도’를 했다.
"24살 때 결혼했다. 12년 결혼생활 하면서 남편의 틀 안에 갇혀 살았다.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아낀다고 생각해왔다. (폭언 등으로)계속 상처받으면서도 헷갈렸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건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가정폭력’에 대해 가르쳤다. 그때야 비로소 남편의 행동이 곧 가정폭력인 것을 깨달았다. A씨 관계 전부터 남편과 이혼을 마음먹고 별거하고 있었다. 2017년 5월부터 그랬다. (남편 주장대로)화목하게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주변에서 알고 있다. 참고 버텨온 것일 뿐이다."

ㅡ법원은 가정파탄의 원인이 부인에게 있다고 봤다.
"법원은 ‘외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집을 박차고 나간 점을 가정파탄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했다. 나는 남편의 폭행이 이혼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폭언을 따로 녹음한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두 딸에 대한 양육권도 아빠가 가져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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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충남 논산시 마을 전경.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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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A씨의 ‘부적절한 관계’에는 제 3자가 등장한다. 보건교사 이씨가 A씨와 사이가 멀어진 데는 또 다른 제자 B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씨 남편은 "B군이 ‘복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점을 들어 아내를 협박, 성관계 했다"고 주장했다.

ㅡ또 다른 제자 B군과 삼각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이 있다.
"B군은 각별한 제자였다. 반말을 섞어서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사이였다.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내가 B에게 ‘사랑했다’고 말한 적은 있다. 사제지간에서 ‘사랑한다’고 말한 것일 뿐이다. 평소 다른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집착 증세가 심한 A씨가 B군에게 하루에 30통 이상 전화해서 나와의 관계를 추궁했다. 남편도 B군에게 ‘사과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B군이 남편에게 ‘선생님과 연락해서 죄송하다’고 했을 뿐이다. 남편은 이것을 ‘선생님과 사귀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군의 협박, 성관계, 교제했다는 이야기는 남편의 집착증세로 인한 거짓이다. 이제 더는 전 남편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ㅡ후회하고 있나
"몸 담았던 학교와 주변에 죄송한 마음이다. 내 잘못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많이 후회한다. 고통스럽고 벌 받는 심정이다. 처음에는 인터뷰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숨어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A씨 인터뷰(선생님이 먼저 육체적으로 접근했고, 성관계 동영상도 촬영했다)를 보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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