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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갑질·탈세 코너몰린 조양호, 이번엔 경영권 위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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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진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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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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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이 경영권 도전을 받게 됐다.행동주의 펀드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에 맞서 경영권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목적 유한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했다고 전날 저녁 공시했다. 이에 따라 그레이스홀딩스의 대주주인 KCGI는 조양호 회장(17.84%)에 이어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대표가 올해 7월 설립했다. 지배구조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올려 수익을 내는 걸 목표료 한다.

KCGI는 공시를 통해 "장래에 회사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하면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와 방법에 따라 회사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이를 한진칼의 이사회 구성원 교체를 통한 경영권 참여, 더 나아가 주요주주나 소액주주와 손잡고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고 있다. "KCGI가 한진칼의 경영권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것"(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 "KCGI가 조 회장 일가와 한진칼 의결권 50% 확보 전쟁을 벌일 것"(강성진 KB증권 연구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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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관광 등을 자회사로 두고있는 지주회사다. 현재 조 회장이 17.84%를 비롯해 조원태 사장 등 오너 일가가 28.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비교하면 KCGI의 지분 9%는 조 회장 일가의 28.95%에 비춰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주요 주주들을 살펴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조 회장과 KCGI를 제외한 주요 주주 목록에는 국민연금(8.35%)·한국투자신탁운용(3.81%)·크레디트스위스(5.03%) 등이 올라있다.

이중 크레디트스위스는 9월 지분 신고 공시 당시 경영참가 목적이 없음을 확인서로 첨부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국민연금은 '땅콩회항'이나 '갑질폭행' 등 한진그룹 일가의 일탈 행위가 이어지자 주주권을 내세워 대한항공을 압박한 바 있다. 대한항공에 지난 6월 "(갑질폭행,세금포탈 등에 관해)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라"는 취지의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KCGI 측이 경영권 참여를 통해 한진칼의 적자 사업부 정리나 호텔·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주주 이익을 증진시키겠다는 카드를 쓸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주가 상승, 배당 수익 등을 기대하는 주요 주주들이 KCGI 측에 적극 가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 큰 변수는 44% 가량의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 일가는 각종 일탈 행위로 여론의 뭇매를 받고 비난받고 있는 상황 아니냐"며 "KCGI와 조 회장 측이 '의결권 50% 확보' 경쟁을 벌이면 소액주주 상당수는 조 회장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한진칼은 내년 3월 17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 7명중 3명의 임기가 이 때 만료돼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만큼 KCGI가 소액주주를 등에 업고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이후에는 대한항공이나 진에어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 참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대응도 주목된다. 조 회장은 프랑스 출장중에 사모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이달 말로 예정된 재판과 내년 3월의 주총 등을 감안해 선제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에선 KCGI가 한진칼을 최대한 압박해 투자수익만 내고 빠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이미 2015년 요진건설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낸 바 있다. 요진건설은 당시 정지국 회장이 갑자기 작고하는 바람에 상속세를 낼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서 대주주 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붉어졌다. 강성부 대표가 이끌던 LK파트너스는 이때 5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요진건설 지분 45%를 인수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당시에도 L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2년여 만에 지분을 1대 주주에게 되팔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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