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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안 아파요"→"아파요", 착한 거짓말 실토한 이재원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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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경기 도중 김광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재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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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아픕니다." (한국시리즈 직전)

"끝나니까 아프네요."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넥센과 2승2패로 맞선 플레이오프 5차전. SK 와이번스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주전 포수 이재원(30)이 4차전에서 왼발 뒷꿈치를 다쳤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원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다행히 SK는 연장전에 터진 한동민의 결승홈런에 힘입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재원은 한국시리즈 기간 내내 "조금 쉬니까 통증이 줄었다.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뛸 만하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뼈에 멍이 들어 통증이 심했다. 15일 힐만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이·취임식 현장에서 만난 이재원은 "사실 꽤 아팠다. 발바닥 쪽에 멍이 들어서 발을 딛을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고 했다. 이재원은 "잘 끝나서 다행이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흔히 오는게 아니지 않느냐"며 참고 경기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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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투런포를 터트린 이재원.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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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지만 이재원은 씩씩하게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이재원과 SK 투수들은 힘을 합쳐 두산 강타선을 묶었다. SK 투수들의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은 2.69. 도루도 9차례 시도 중 4번이나 잡아냈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선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자세로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뽐냈다. 프로 입단 동기인 두산 간판 포수 양의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다. 이재원은 "6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 때 허도환 선배가 안방을 지켜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사람이니까 조금 아쉽긴 하지만 팀이 우승한 게 더 기쁘다"고 미소지었다.

올해 이재원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치렀다. 정규시즌 144경기(130경기 출전, 471타석)에 나섰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포스트시즌도 11경기나 뛰었다. 메이저리그 1시즌(162경기) 수준의 일정을 소화했다. 체력 부담이 큰 포지션인 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들보다 몇 배로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것보다는 기쁨이 컸다.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따냈고, SK도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지난해(114경기, 350타석)엔 많이 나가지 못했다.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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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감독 이취임식에서 염경엽 신임 SK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주장 이재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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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도 기다리고 있다. 2006년 SK에 입단한 이재원은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얻었다. 공·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만큼 몸값도 크게 뛸 전망이다. 이재원이 그리는 첫 번째 그림은 고향팀인 SK와 재계약하는 것이다. 이재원은 염경엽 신임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내년에도 같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염경엽 감독 역시 "내부 FA인 최정과 이재원은 꼭 잡겠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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