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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어 ‘역대급’으로 어려웠다”…수능 과목별 난이도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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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5일 광주시 남구 동아여고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 자녀에게 포옹하며 환호하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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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국어와 영어는 ‘불수능’이라고 평가되는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특히 국어는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국어: 긴 지문과 고난도 문항에 체감 난도 높아

국어는 지난해 수능과 9월 실시된 모의평가보다 확실히 어려웠다. 특히 까다로운 지문과 고난도 문항이 21~32번(홀수형)까지 몰려 있어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21~26번까지는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과 이범선 원작의 시나리오 ‘오발탄’을 엮은 지문에 딸린 문항이다. 현대소설과 시나리오를 연계한 것 자체가 낯선 유형인 데다 ‘보기’가 설명한 관점에 따라 두 작품을 해석해야 하는 26번은 고난도 문항이었다. 이 문항 다음 시험지에는 가장 어려웠다는 과학지문(27~32번)이 나왔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써 나머지 문제를 푸는 데 시간 조절에 실패한 학생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는 총 45개 문항을 80분 안에 풀어야 한다. 매매 계약과 채권, 채무의 법적 효력을 설명한 사회 지문과 유치환의 시 ‘출생기’는 EBS 교재나 강의에서 다루지 않은 지문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05학년도부터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1교시’였을 것”이라며 “1등급 컷 점수가 80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가장 낮은 1등급 컷 점수는 2011학년도의 90점이다.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지문과 문항 보기에서 ‘봄을 바라고’라는 표현이 ‘봄을 바라보고’라고 적히는 오기(誤記)가 발생해 시험지와 함께 정오표가 제공됐지만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데 지장은 없었다.

● 수학: ‘킬러 문항’ 쉽고 신유형 문항도 없어

수학은 역대 수능처럼 쉬운 문항 26개와 일명 ‘킬러 문항’으로 꼽히는 고난도 문항 4개(20, 21, 29, 30번)가 출제됐으며 눈에 띄는 신유형 문항도 없었다.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은 킬러 문항과 쉬운 문항 모두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돼 전체적으로 다소 쉬웠다는 평가다.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가장 어려운 30번 문항은 지난해보다 계산은 덜 복잡했지만 개념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수학 ‘나’형은 난도와 문제 푸는 시간이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 때와 거의 같았다”고 했다. 다만 중간 난이도 문제는 조금 어려워 1, 2등급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쉬웠지만 3등급 이하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 영어: 작년보다 어려워 수시 최저학력 변수로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지만 9월 모의평가와는 대체로 비슷했다. 영어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다. 절대평가 도입 첫해였던 지난해 수능 1등급 비율은 10%로, 상대평가 1등급 비율(4%)보다 크게 높아 변별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이번엔 등급 간 변별력을 갖췄다”고 했다.

특히 어휘력이 중상위권 학생들의 등급을 갈랐을 것으로 보인다. 밑줄 친 부분의 함축적인 의미를 찾는 21번과 문맥상 맞지 않는 어휘를 찾는 30, 42번 등 어휘 관련 문항이 총 3개로 지난해보다 1개 더 늘었다.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정시 전형에서 주요 대학은 영어 성적 반영 비중을 줄였다. 하지만 수시 전형에서 영어 등급을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인정해주는 대학이 여전히 많아 영어 등급이 수시 합격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했던 9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은 7.9%였다.

● 한국사·탐구: 무난한 가운데 생명과학Ⅱ 어렵다는 평가

올해 세 번째로 절대평가로 시행된 한국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험생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50점 만점에 40점 이상이면 1등급이다. 한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측정하기 위한 핵심 내용을 묻는 문제가 대다수였다. 수험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시기를 묻는 문항은 거의 출제되지 않았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과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과목별로는 사탐에서 법과정치와 경제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고 한국지리와 세계지리가 쉬웠다. 과탐에서는 물리Ⅰ·Ⅱ와 지구과학Ⅱ가 조금 쉬웠으며 생명과학Ⅱ가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세종=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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