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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U와 합의안 지지할 수 없다” 영국 내각 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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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강경파 중심 불신임안 건의도… 합의안 운명 경각에
한국일보

도미닉 랍 브렉시트장관이 2018년 8월 31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를 방문해 회담장에서 대기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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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탈퇴 협상에서 실무적 합의를 달성했지만, 15일(현지시간) 장관 2명 등 내각 일부가 합의안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정가를 혼란으로 몰아 넣고 있다. 전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각이 총의로 합의안을 지지했다”라며 영국 의회의 비준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추진하던 상황에서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미닉 랍 영국 EU 탈퇴(브렉시트) 장관은 15일 전날 내각이 지지한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초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랍 장관은 “EU가 우리의 탈퇴 능력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무기한 관세 백스톱’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양심상(in good conscience)” 합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랍 장관의 사퇴 발표에 앞서 셰일리시 바라 북아일랜드부 부장관이 사퇴했고 랍 장관 뒤로는 에스더 맥비 노동연금장관과 수엘라 브레이버먼 브렉시트부 부장관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에는 조 존슨 교통부 부장관이 사퇴한 바 있는데, 그는 ‘EU 잔류’ 선택지를 포함한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잔류파다. 특히 랍 장관의 사퇴는 메이 총리에게 큰 타격이다. 다른 장관이나 차관급 인사와 달리 랍 장관은 EU 탈퇴 절차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이고, 집권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의 일원이자 내각의 ‘5대 장관’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전날 합의안이 내각의 지지를 받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하원에 출석해 의회에 현재로써는 협상안이 최선이라며 의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합의안이 “실패한 협상”이라며 비판했고 보수당의 탈퇴 강경파 의원들도 “메이 총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영국과 EU 실무협상진이 마련한 합의안의 운명은 합의가 성사된 지 고작 2일만에 위기에 빠졌다. 현재로서는 만약 메이 내각이 예정대로 합의 초안을 유지한 채 비준 절차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반대 진영이 합의를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그룹(ERG)에서는 메이 총리의 불신임안을 건의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전체 보수당 의원의 15%인 48명이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된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합의에 조심스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내홍에 빠진 영국 정치권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브렉시트 협상에 중대한 단계를 밟았다”라고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합의 달성을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합의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최악의 경우 합의 없는(No Deal) 브렉시트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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