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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세현 전 장관 "美, 북핵해법 리비아식 회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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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봉합 후 北·美수교로 갈 가능성 / 北 ICBM·미래 핵 동결 수준 타결 땐 / 외교안보 치명상 입어… 비상계획 세워야”

세계일보

정세현(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미국이 북한 비핵화 정책과 관련해 ‘선 비핵화 후 관계 개선’이란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회의 기조강연에서 “미국은 중국 견제와 압박 전략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어렵다면 북핵문제 봉합과 북·미 수교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 실무 당국자들이 완전한 비핵화 대신 중간지점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리비아의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선 비핵화 후 경제지원’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2011년 철권통치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리비아식 해법은 핵 포기 일괄타결, 짧은 기간 내 빠른 이행이 특징으로 꼽힌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미국은 남북관계 선행에 반대하고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한·미 공조 파괴 행위로 규정하면서 선 비핵화 후 보상의 북핵 정책 추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변화에 대해 “미국 실무자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잘 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간 것이고, 이 문제는 그렇게 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실무자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나쁜 행동으로 보고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완전한 비핵화 수준이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래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경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비상계획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에 열린 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창립식에서도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북·미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인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서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하여금 국제정치의 현실을 고려해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는 못하더라도 절반 정도만이라도 선(先) 행동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매사 (미국의) 허락을 받을 수 없고, 북·미 관계보다 앞서나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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