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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판교 온 北이종혁 시범 자율차 탄 뒤 "실험동물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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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찾은 북한대표단 일정 따라가보니

오전엔 판교 테크노밸리서 자율주행차 탑승

리, 방명록에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

오찬선 접경지역 식자재로 만든 퓨전한정식 즐겨

오후엔 경기농업기술원에서 스마트팜 등 경험

15일 낮 12시30분쯤 북한 대표단의 오찬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굿모닝 하우스' 앞. 검은색 승용차 3대와 관광버스가 정문 앞에 섰다.

두 번째 승용차에서 내린 이재명 경기지사가 첫 번째 차에서 내리는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다가가 "여기가 옛 경기지사 공관이다. 보존가치가 있어서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라며 '굿모닝 하우스'를 설명했다. 굿모닝 하우스는 지역 주민을 위한 결혼식장 등으로 활용된다.

이 지사의 말에 이 부위원장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더니 활짝 웃으며 이 지사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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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찬을 위해 옛 경기지사 공관인 '굿모닝 하우스'로 들어가고 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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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찬 메뉴는 퓨전 한식이었다. 경기도는 "하나였다가 경기도 파주시와 북한 황해도 장풍군으로 분단된 옛 '장단군'의 먹을거리로 차린 '평화 밥상'"이라고 설명했다.

손님맞이 한입 음식으론 명란 무만두와 율포율무단자, 새우관자어선이 식탁에 올랐다. 식전 음식으론 돼지 안심 냉채와 장단 사과 샐러드, 해산물과 묵을 이용한 냉채가 선을 보였다. 수프는 장단콩을 활용한 '장단콩물타락죽'과 고구마 칩, 사과 부각이 나왔다.

메인 요리로는 잡곡밥과 짠지 무침 김치 깻잎나물, 개성 인삼 향연저육, 장단 사과 찜닭, 전복 들깨 미역국이 제공됐다.

디저트로는 인삼정과와 콩양갱, 고구마몽블랑 등이 등장했다.

경기도는 이날 상차림을 위해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에게 자문을 얻었다. 새벽부터 접경지역인 파주시에서 장단콩과 율무 등 식자재를 공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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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 대표단의 오찬 메뉴. 경기도 파주시와 황해도 장풍군으로 ‘분단’된 옛 장단군을 위한 접경지역 먹을거리로 차린 평화밥상. [사진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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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위원장은 나온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 경기도 관계자는 "평화와 통일,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접경지역에서 난 식자재를 사용했다"며 "오찬장 밖까지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오찬에 앞서 이 부위원장에게 이기영 작가의 소설 '고향'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이 부위원장의 부친으로 충남 아산 출신이지만 월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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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찬을 위해 옛 경기지사 공관인 '굿모닝 하우스'로 들어가고 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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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한 대표단의 첫 일정은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판교 제2 테크노밸리였다.

오전 10시 27분쯤 판교 제2 테크노밸리 기업 지원허브에 도착한 이 부위원장 등은 1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이 지사와 비공개로 회담했다. 이 자리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북측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등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의 큰길을 냈다. 그 길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남북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부위원장은 "옳은 말씀"이라고 동조하며 "여기 와서 보니 지자체 협력의 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부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고 비약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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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 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를 방문해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에서 하차를 기다리고 있다. 2018.11.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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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간의 환담 뒤 이 지사와 이 부위원장 일행은 경기도 제작 자율주행차 '제로 셔틀'에 동반 시승해 1.5㎞ 거리의 판교 제1 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로 이동했다.

이 부위원장은 "제로셔틀을 탄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로 셔틀이) 시험단계니까 우리가 시험 동물이 된 셈"이라며 농담 섞인 소감을 내놨다.

그는 이 지사와 함께 20여 분 동안 스타트업캠퍼스 2∼3층 디바이스 랩을 찾아 스타트업캠퍼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3D 프린터 시연 등을 지켜봤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런 곳에서 기술을 개발했으면 좋겠다"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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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스타트업캠퍼스를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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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표단은 오후에는 화성시에 있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스마트팜 시설 등을 둘러본 뒤 숙소인 엠블호텔로 돌아갈 예정이다. 농업에 관심이 많은 북한 측이 직접 요청한 일정이라고 한다.

앞서 경기도는 아태평화교류협회와 함께 16일 고양 엠블호텔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열기로 하고 북측 대표단 7명을 초청했다.

당초 방남하기로 한 7명 가운데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과 김춘순 연구원 등 2명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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