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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간밤에 들끓은 이수역 폭행 사건, 실체는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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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뼈가 보일만큼 폭행당했다”고 글을 올린 후 ‘이수역 폭행’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오르내리고 있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불과 이틀도 안 돼 동의자 3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상반된 내용을 진술해 사건의 실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3일 오전 4시22분쯤 서울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남성 일행과 여성 일행이 서로 폭언을 하고 때리는 등 쌍방폭행 혐의로 A(21)씨 등 남성 3명과 B씨 등 여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머리를 다친 여성 1명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관련자 4명과 지구대로 동행해 진술을 들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자 목격자 조사와 폐쇄회로(CC)TV 분석이 끝난 후 소환해 수사를 이어나가기로 하고 귀가시켰다.

양측은 경찰에 누가 먼저 폭행을 가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남성측은 “여성측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히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면서 “먼저 시비를 건 것은 B씨 등”이라고 주장했다. 남성측은 이어 “여성측이 폭행해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났다”며 “이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MBC 뉴스 화면 캡처


반면, 여성측은 남성측이 갑자기 자신들을 폭행했다는 입장이다. B씨 등은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커플과 시비가 붙었는데 아무런 관계가 없는 A씨 등이 껴들었다”며 “몰래 사진을 찍으며 시비를 걸자 일행이 말로 해결하려고 갔으나 먼저 밀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성측이 발로 차 B씨가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피가 많이 났다”며 “의자를 휘두르며 위협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찰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남녀 성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B씨 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는 사건 당시 A씨 등이 “메갈(남성 혐오 사이트) 실제로 본다”, “얼굴이 왜 그러냐”는 등 인신공격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달리 B씨 등과 먼저 말싸움을 한 것으로 알려진 커플의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B씨 등이 먼저 남자친구를 한남(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이라며 계속 비아냥댔다”며 “A씨 등은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며 B씨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강력팀을 투입해 신속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주점 업주 조사와 CCTV 검토를 병행하고 있으며 15일부터 관련자들을 소환해 사건 경위와 피해상황을 엄정히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들 모두 한점 억울한 점이 없도록 정당방위 여부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건의 본질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대결로 비화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학)는 “피해자라고 할지라도 특정 발언을 통해 폭행을 유발했다면 사건의 본질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들은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도 “시비의 발단 요인이 남녀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면 증오범죄가 될 수 있다”면서도 “만약 실체가 그렇지 않다면 사회 분위기 탓에 한쪽의 말에만 경도된 꼴이 된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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