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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문일답]마침내 입 열었다…팀 킴 "김경두는 조직보다 선수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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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경북 여자컬링팀 ‘팀킴’이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호소문과 관련해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선영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팀 킴(Team Kim)’이 마침내 마이크 앞에 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 신화’를 쓴 전 국가대표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지도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뒤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도자들이 반박문을 내며 진실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들은 “거짓된 주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달, 두달, 1년을 기다리면 지도자들이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선수들이 (자신들보다) 더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운동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서 호소문을 냈다”고 고백했다.

팀 킴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의성군 등에 14페이지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대부 구실을 해 온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장반석 감독이 언제부터인가 사적인 목표로 자신들을 이용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지도자에게 욕설과 폭언도 들어 모욕감을 느꼈고 포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결혼한 김은정은 훈련에서 배제됐고, 선수들이 감독 자녀 어린이집 행사에 강제로 동원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음 날 장 감독은 컬링 담당 기자에게 반박문을 보냈다. 선수 동의로 ‘김경두(경북체육회)’라는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상금과 팀 훈련, 대회 참가비용을 최대한 투명하게 관리했다면서 선수 주장을 반박했다. 어린이집 행사건도 개인적인 부탁이었다면서 모바일 메시지(카카오톡) 내용도 공개했다.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도자 폭언이나 훈련 배제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가 김 전 부회장의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그는 선수에게 “(컬링을) 하겠다? 못하겠다? 이런 개 뭐 같은 x”라고 발언하는 등 폭언에 준한 말을 했다. 김은정의 훈련 배제에 대해서도 장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11월 유니버시아드 준비 과정에서 김은정이 출전 연령 제한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선수를 기용했다”며 “최근 만 24세로 바뀌었다는 공문을 받은 뒤엔 어차피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어 (김은정을 포함해) 정상 훈련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김은정이 결혼 이후 임신하겠다고 코치진에 알린 뒤 고의적으로 배제당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스포츠서울

경북 여자컬링팀 ‘팀킴’이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호소문과 관련해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호소문을 이 시점에 낸 이유는.
김은정=올림픽 이후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참아온 부분이 많다. 한, 두달씩, 1년 정도 기다리면 지도부가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길어졌는데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호소문을 냈다.

- 호소문 발표 전 김경두, 김민정 감독 등과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나.
김은정=김경두 교수와 감독과 올림픽 전부터 대화해보려고 했다. 경애에게도 스킵하라고 했는데, 그 이후 여러 상황으로 못한다고 한 적도 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희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아느냐”는 말 뿐이었다. 그러한 얘기를 하는 선수를 배제하려고 했다.

- 의성군민 격려금 얘기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가.
김선영=올림픽 이후 의성군에서 환영행사가 있었다. 다른 단체로부터 들어온 기금이 있었는데 행방을 우리가 알 수 없다. (금액을 알고 있나) 금액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판넬을 들고 사진만 찍어서….

- 지도자들은 김은정이 유니버시아드 나이 제한에 걸려 훈련에서 배제했고, 나중에 만24세 출전 제한이 걸려서 모두가 출전하지 못하면서 정상훈련을 했다고 하던데.
김영미=유니버시아드 선발전 때문에 은정이를 제외하고 훈련한 것도 있는데, 이미 그 전부터 5명이 훈련하지 않았다. 2명 또는 3명, 다른 연습생을 우리보고 훈련시키라고 지시했다. 유니버시아드 참가가 어려워진 이후에도 부상자 발생으로 우리끼리 훈련한 것이지, 5명이 정상훈련한 건 아니다.

- 이동건 씨 등 과거 경북체육회 출신 선수들의 김경두 관련 제보가 끊이지 않는데.
김영미=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경북컬링협회에서 너무 한 가족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김은정=부연 설명을 드리면 결국엔 우리도 한가족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결국 ‘그 가족’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가 성장하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는다고 여겼다. 10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선수들이 나눠질 수밖에 없는지는 김 교수가 자신이 원하는 정도까지만 (선수가)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조직보다 선수가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김선영=우리 시스템에서는 우리가 더 성장하면 교수께서 마음대로 우리를 다루지 못한다. 적정선을 넘으면 막는 것 같더라.

- 올림픽 당시 ‘김경두 교수’ 관련 인터뷰 발언도 지도부에서 주문한 것인가.
김선영=올림픽 초반부터 믹스트존에 나가기 전에 감독께서 “다른 말은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김경두 교수, 김민정만 언급하라”고 했다.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지만, 다른 얘기를 하면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로지 시키는대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시 경기 집중도를 위해서 휴대폰 사용도 금지시켰는데.
올림픽 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정신적인 훈련을 위해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게 했다. 그건 동의했다.

- 김경두 교수가 욕설 부인했다가 녹취 파일이 공개됐는데.
김영미=욕설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절대 인정할 수가 없다. 녹취 파일에 내가 있었다. (막내인) 초희 욕을 내 앞에서 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우리 욕을 얼마나 했을까 생각이 들더라.

- 피터 코치 진술서를 보면 ‘김민정 감독은 훈련 시간 10%만 훈련장에 있었다’고.
김선영=올림픽 준비하면서 피터와 지도자와 선수로 교류가 많았다. 김민정 감독은 중간에 잠시 들어와서 통역만 한 것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김 감독은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늘 피터 코치와 올림픽을 주로 준비해왔다.

김은정=순간순간 선수 상황에 맞춰서 훈련을 이끌어야 한다. 그게 감독과 코치의 자질이다. 피터는 늘 우리에게 무슨 훈련이 더 필요하냐 등 소통했다. 김 감독은 ‘오늘 무엇을 하라’ 등 지시만 했다. 그 이후엔 훈련을 본 적도 없다.

- 김민정 감독이 올림픽 출전을 노렸다고 했다. 그런데 기량이 미달 수준이라고 하는데.
김영미=나와 은정이는 김민정 감독과 2010년 동료로 지냈다. 큰 경기를 치르기엔 부족했다. 2011년 임신 이후엔 아이스에 선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사람이 올림픽을 갑자기 뛴다는 게 의문이었다. 다른 컬링 선수 말을 들어보면 아시겠으나, 선수로서 커리어가 김 감독이 한 것인지, 다른 선수 도움을 받은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훈련이 2시간이면 1시간을 채 버티지 못했다. 그정도도 견디지 못했다.

- 대회 출전 상금은 전혀 배분이 되지 않았나.
김은정=호소문에 밝힌 상금은 월드투어 관련 얘기다. 국내에선 우승 상금이 거의 없다. 2015년 전엔 월드투어에서 상금받으면 배분했다. 그런데 그랜드슬램을 뛰기 시작하면서 성과가 좋았고 큰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도자들은)이런 돈을 모아서 지원금이 없으니 훈련비로 쓰자고 하더라. 그 이후엔 상금 배분받은 적이 없다. 2016년부터는 국가대표로 연맹 지원을 받고 있었음에도 상금 통장을 지도자끼리 유지해왔다.

- 상금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증빙할 자료가 있나.
김은정=김 교수는 늘 돈이 없다고 했다. “지원금이 부족하고 평창올림픽을 가려면 훈련을 더 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는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상금 배분을 강요하면 그들은 “너희는 그럼 올림픽 가기 싫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나올 게 뻔했다. (자료는) 월드컬링 투어 홈페이지에 가보면 우리의 성적, 상금 등의 자료가 나와 있다. 대회가 끝나면 바로 상금 통장으로 연결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들은 얘기가 전혀 없다.

- 그렇다면 대충 추산했을 때 얼마정도 배분이 가능했을까.
김은정=2015~2017년까지 보면 총상금 1억원이다. 2015년도만 봐도 6000만 원 정도가 된다. 우리가 보는 건 월드컬링 홈페이지에 나온 금액만 알 수 있다. 어떻게 환산이 돼서 통장으로 들어오는지는 선수들이 모른다. (배분되지 않은 상금을 지도자가 다른 쪽으로 사용한 정황이 있나?) 우리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 상금 통장에서 교수가 얼마나 횡령했다는 게 아니다. 상금 통장의 존재 자체가 궁금한 것이다. 국가대표로 상급단체 지원을 받았음에도 상금이 왜 훈련비로 사용됐냐는 것이다. 그것은 밝혀져야 한다.

- 숙소 옮길 때 전세보증금이 1000만원이 부족했다. 상금 통장에서 사용했다는 얘기를 했는데.
김선영=이전 숙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보증금이 더 필요했다. 지원 요구를 했더니 거절했다. 상금에서 채우자고 하더라.

- 평창 때 선수촌 입촌할 수 있었음에도 의성컬링훈련원을 고집한 게 지도자의 주장이었나.
김선영=올림픽 직전 진천선수촌이 조명이 아이스에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우리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어서 동의한 부분이다.

- 의성에서 훈련하면서 선수단에 숙박비가 지원된 것으로 아는데.
김영미=아파트에서 숙소생활했다. 지도자들이 말씀하시기를 숙박비를 연맹에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하더라. (모텔이나 호텔에서 거주한 적은 없나) 의성에서는 없다.

- 이적을 생각해본 적은.
김영미=팀을 옮기는 게 쉽지 않다. 예전부터 우리에게 지도자가 하는 말은 “경상북도 컬링을 나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그 생각으로 팀 이적은 생각하지 못했다.

김은정=못 옮기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왜 우리가 성장하려고 노력했는데 팀을 옮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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