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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메이, 첫 고비는 넘겼는데…브렉시트 비준 가시밭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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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브렉시트 특별 내각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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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어려운 날들이 있을 것이란 걸 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마치고 나온 테리사 메이 총리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담겨있지 않았다.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를 4개월여 남기고 내각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지친 기색은 역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이 총리의 어조는 (내각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승리였는지를 넘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느낌까지 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내각의 공동결정(collective decision)은 정부가 EU 탈퇴 협정 초안과 미래 관계에 대한 정치적 선언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합의문 초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음을 밝혔다. 그는 "협상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이 결정이 영국 전체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는 동안 주변에는 시위대의 고성이 끊이질 않았다.

580페이지를 웃도는 이번 합의문 초안에는 영국이 분담금 400억~450억유로(약 52조~58조5000억원)를 수년에 걸쳐 EU에 납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양측은 내년 3월30일부터 2020년 말까지를 전환기로 설정했다. 이 기간 영국은 EU 내 제도와 규정에 따라야 하지만 EU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아일랜드 국경문제의 경우,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영국 전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되 2020년 7월에 양측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향후 협상대상인 미래 무역관계와 관련한 정치적 선언도 7페이지에 걸쳐 포함됐다. 메이 총리는 15일 이 같은 합의문 초안을 의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EU도 즉각 합의문 서명을 위한 준비절차에 착수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이날 27개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영국과 결정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협상 수석대표는 15일 오전 브뤼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 EU정상회의 날짜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오는 25일이 유력하다. 합의문 서명 이후 양측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비준절차는 12월 본격화될 전망이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양측 협상팀은 그들의 책임을 다했고 영국 정부도 오늘 그들의 책임을 받아들였다. 이제 모든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회의 비준동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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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상안의 첫 시험대로 꼽혔던 영국 내각의 지지는 확보했으나 향후 절차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집권 보수당의 강경 브렉시트파, 노동당 등의 반발을 의식한 듯 "앞으로 어려운 날들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공동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만장일치'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논의 과정에서 내각의 반발이 있었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내각 회의에 참석한 한 각료는 "큰 분열이 보였다"며 "각료들의 사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메이 정권의 연명을 우선시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미래 무역관계를 포함한 주요 난제는 내년 이후 EU와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의회에서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조기총선이나 제2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적 전투의 막이 오른 셈이다. FT는 "가장 힘든 싸움이 현재 메이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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