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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66세 택시운전사의 '돌진'… 자격심사제 문제없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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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7시10분쯤 서울 송파구 올림픽대로에서 66세 김모씨가 몰던 택시가 조경작업을 하던 인부 9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합차 운전자 박모(50)씨와 최모(61)씨가 숨지고 근로자 7명이 다리와 어깨, 목 등에 부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졌다. 당시 인부 1명이 승합차 앞 50m 갓길에서 경광봉으로 차량통제를 했지만 김씨가 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작업현장으로 돌진한 것이다. 김씨는 부주의로 인해 인부들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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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올림픽대로에서 인부 9명을 들이받아 2명을 숨지게 한 사고를 일으킨 후 김모(66)씨의 택시 모습. 연합뉴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 26만8434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7만2565명으로 전체의 약 27%에 달한다. 개인택시의 경우 65세 이상 운전자가 34.5%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다. 택시기사 고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지만 자격 심사가 허술해 스스로 운전대를 놓을 때까지 운전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교통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고령 택시 운전기사 자격심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 운전자는 시야확보, 인지와 반응, 운동능력, 위험 예측력 등 운전을 위한 신체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사고 대처 능력이 둔감해진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건수는 2013년 1만7590여건에서 지난해 2만6713건으로 5년간 52%나 증가했다. 연간 총 주행거리에서 연간 총 사고 건수를 나눈 주행거리 대비 사고 건수도 고령 택시기사가 0.988로 비고령 택시기사 0.650인 것에 비해 높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고령 택시기사들이 운전을 계속해도 문제가 없는지 심사할 길이 없다. 그나마 내년 1월 도입될 예정인 자격유지검사제도 정확한 심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 자격유지검사제의 탈락률이 1.5~2% 수준밖에 안 되고 탈락하더라도 2주 뒤면 재검사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격유지검사는 90분간 △시야 범위를 측정하는 시야각 검사 △시각·운동 협응력을 측정하는 신호등 검사 등 7개 항목을 검사해 1~5등급을 매기는데, 2개 항목 이상 5등급을 받으면 ‘탈락’으로 처리된다.

심지어 택시기사 자격유지검사제는 택시업계의 반발 탓에 의료기관의 적성검사로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적성검사는 단순 신체검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자격유지검사를 적용한다는 소식에 택시업계는 ‘생존권 위협’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1~2년 정도라도 자체 시행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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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도로 위 차량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다며 택시 자격유지검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지난달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신호를 받고 출발하려는데 아무 이유 없이 택시가 차량 뒤를 박았다”며 “운전석에서 나온 것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사는 최모(30)씨는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택시기사들이 올림픽대로 사고와 같이 어처구니 없는 교통사고를 내는 것을 보면 고령으로 인한 인지능력 감쇄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택시 운전기사는 본인 외에 다른 승객의 안전까지 책임지고 있다”며 “자격유지검사 강화 외에도 한정면허 발급, 사업용 고령자에 대한 엄격한 휴식시간 적용 등 승객 안전을 위한 여러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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