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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Startup’s Story #442] “너희는 반드시 유니콘이 될 거라는 말 한마디가 미미박스의 운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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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반드시 유니콘 기업이 될 거라는 투자자의 말 한마디가 우리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지난달 1일, 판교에 위치한 미미박스 본사는 외국인 투자자로 붐볐다. 미국의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미미박스가 주도한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인 ‘오피스아워’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미미박스는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등을 키워낸 와이콤비네이터에 국내 최초로 입성(2015년)한 스타트업이다. 올 9월 기준 누적 1,7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미국과 중국으로 외연을 확장한 미미박스가, 이번에는 자사의 투자자와 한국 창업 생태계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돈이 아닌 믿음의 투자, 그것이 미미박스가 후배 스타트업에게 남기고 싶은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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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박스 하형석 대표/사진=플래텀DB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 양성을 위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건 국내에서 흔치 않은 일입니다.

사실 저희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어요. ‘우리 코가 석 자인데 누굴 돕냐’는 의견이죠. 하지만 저희가 와이콤비네이터를 처음 만났을 때 ‘너희는 뭐로 성공할 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유니콘 기업이 될 거야’라는 말을 그들이 해주지 않았다면, 우리의 운명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그때 저희는 매출도 적고, 규모도 작은 팀이었는데 정말 충격적인 말이었죠. 그 말을 들은 전과 후의 상상의 범위가 달라졌을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그런 강한 믿음을 주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네트워킹 행사도 마련한 것이고요. 저희가 생태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플래텀과는 2015년 3월 한차례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미미박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그때는 막 글로벌 진출에 나선 시기였죠. 2014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국, 중국, 대만, 홍콩 등의 세계 시장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다행히 글로벌 사업 성장 속도는 한국 사업 성장 속도에 비해 빨랐고요. 현재는 영업 이익의 40%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내고 있어요. 현재 회사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것도 해외 지사들입니다. 저는 대표이자 해외 영업 팀장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해외 진출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각기 다른 문화 요소들을 한 회사에 공존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또 한국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본인이 내리는 의사 결정이 전세계 미미박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역시 인재 채용 문제예요. 사업부별로 최상급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모시는 게 스타트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그 회사들과의 인재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처음엔 미국의 성공 공식을 흡수하자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나가서 보니 ‘한국적’인 것의 강점을 알게 되었죠. 실리콘밸리는 10%의 인재가 90%의 범재를 이끄는 시장이에요. 반면 한국인들은 일단 평균 수준 자체가 높습니다. 사명감과 혁신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 굉장히 많죠. 또 미국 회사들은 대부분 비전 주도(Vision-driven)적이예요. 하지만 한국 기업은 실행력과 속도에 강한 조직이죠. 그런 한국적 요소가 해외 시장에 가니 우리만의 강점이 됐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한국적인 강점을 실리콘밸리에 전파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채용 과정이 있다면요.

처음 투자자들이 ‘너네는 와이컴비네이터 출신인데 왜 IT가 아니라 뷰티를 해?’라고 물었을 땐, 솔직히 답을 잘 못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뷰티 분야의 강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나라에서 온 기업이기 때문에, 언젠가 이 분야에서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요. 이런 자신감으로 인재들을 한 명씩 모셨어요. 평생을 엔터프라이즈 분야에 계셨던 전 세일즈포스 인사 관리 담당자도 뷰티 업계로 모실 수 있게 됐고요. 미미박스가 넥스트 구글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 소용이 없어요. 오히려 한국이라는 DNA를 내세운 것이 우리만의 색깔이 되었습니다.

한국 DNA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 회사는 뼈대가 다 한국에 있고, 저와 공동창업자는 군대에서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적인 시작이었죠. 한국에 있을 땐 미국 경영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오히려 미국 가서는 한국 경영 서적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면서 지금은 대기업이 된 한국 기업들의 성장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요즘엔 동남아 시장이 주요 진출지이지만, 과거에는 미국과 독일이 먼저였어요. 가장 어려운 시장을 뚫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뚝심과 강단이 한국 기업의 DNA였죠. 이런 정신이 한국 산업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한·중·미가 주력 시장이죠. 전략이나 조직 관리 측면에서 시장마다 차이점이 두고 있나요.

차이는 명확합니다. 미미박스는 총 6명의 CEO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고객중심, 혁신, 빠른 속도라는 최소한의 핵심 뼈대는 공통으로 남겨두되, 현지 시장과 문화에 맞게 현지 리더가 사업을 이끕니다. 의외의 결과를 보게되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시장은 사드 문제로 성장이 더디기도 하고, 오히려 규모가 작은 대만 시장은 강한 팀워크 덕에 가장 빠르게 수익을 내주기도 했고요.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뷰티 스토어인 세포라와 함께 뷰티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죠. 그 과정은 어땠나요.

2014년 1월에 미국에 선보인 비즈니스 모델은 미미박스 온라인, 모바일 채널에 제삼자(Third party) 브랜드들을 대량 입점시켜서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진출 이후 성과도 좋아서, 미국 내 케이뷰티 분야에서는 저희가 4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케이뷰티가 이대로 가면 안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미국 고객 관점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죠. 신기함, 기발함 이외에 미국 고객을 케이뷰티로 끌어당길 수 있는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저희는 한국에서 온 기업이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니, 미국 고객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직접 세포라 수석 부사장을 찾아가서 ‘우리에게 미국 고객에 대해 가르쳐준다면, 우리는 세포라 고객에게 맞춘 브랜드를 제안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세포라 수석 부사장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어요. 세포라 수석 부사장이 1년에 맡은 매출이 4조 정도 되는데요.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의 연간 매출보다 큰 규모입니다. 그분이 후에 우리 사무실을 두 번 방문해 둘러보더니, 브랜드를 공동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먼저 줬어요.세포라 측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케이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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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박스와 세포라가 합작해 내놓은 뷰티 브랜드 ‘카자(Kaja)’



세포라가 미미박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나요.

세포라에서도 이미 케이뷰티를 선보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패했죠. 고객들이 제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들은 다릅니다. 한국은 매대에 제품을 둘 때 브랜드명을 위에, 제품명을 아래에 배치하죠. 미국은 반대입니다. 제품의 정보와 제품력을 더 중요하게 따지는 고객들인 거죠. 이 밖에도 케이뷰티가 재밌어 보여서 접근했던 고객들도 15가지가 넘는 복잡한 단계, 우스꽝스러운 콩글리시 제품명 등으로 인해 뒷걸음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포라 역시 케이뷰티에 대한 열정은 남아 있었지만, 이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우리가 그 문제의 반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죠.

뷰티 브랜드 카자(Kaja)에는 그런 노력이 어떻게 담겨있나요.

세포라가 직접 고객 지도를 그려줬습니다. 세포라에서 어떤 제품이 많이 나가는지, 가장 잘 반응이 오는 가격대는 얼마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 지도에서 비어있는 부분을 겨냥한 브랜드를 만들면 됐어요. 세포라는 몇천만 명이 넘는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답안지를 먼저 보고 문제를 푼 느낌이었습니다.

세포라가 특별히 요구했던 사항이 있었나요.

첫째로 세포라는 더 많은 온라인 고객을 유치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죠. 두 번째로는 가격대였습니다. 세포라 입점 제품의 평균 가격대는 35~45달러 정도입니다. 케이뷰티의 강점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저희는 14~28달러 제품을 만들어냈죠. 마지막으로 피부톤이 황인종과는 다른 타 인종도 한국의 물광 메이크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색조 제품을 최초로 개발했어요.

카자가 출시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은 정성적인 반응만 확인할 수 있지만, 좋은 편이에요. 세포라 온라인 몰 내 점수는 대부분이 5점 만점에 4.5 이상이고, 이미 품절된 상품도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여성이 주 고객인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미미박스도 2016년도 한 차례 일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내부적인 논의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잘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뉘우쳤고,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그 이후로 콘텐츠 검수 프로세스를 개선했습니다. 미미박스는 부사장님과 사내 70%의 직원이 여성인 기업이에요. 여성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회사인 거죠. 사실 스타트업으로서 복지, 급여 등 많은 부분에서 아직 부족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자신 있는 것은 저희 조직의 성 공평성이예요. 매켄지로부터 조직 문화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성 공평성 분야에서 최상점을 받았어요. 우리가 어떤 문화를 가진 조직인지를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 당시에도 내부적인 흔들림은 없었습니다.

이제 창업 6년 차에 접어드셨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저도 아직 후배인 것 같아서 쑥스럽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잘 됐을 때의 다음 목표를 꼭 세워두라는 것이에요. 저희도 초기 땐 망하는 시나리오는 참 많이 세웠거든요. 망했을 때의 대비책을 마련해둔 것이죠. 그런데 반대로 잘되는 시나리오는 안 짰던 것 같아요. 10% 성장을 목표로 했는데, 30~40% 성장해버리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죠. 안돼서 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잘돼서 망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잘 됐을 때의 다음 단계도 꼭 구상을 해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 기준에서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두 개의 답이 있어요. 첫 번째 답은, 저희는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을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와이컴비네이터와의 네트워킹 행사를 기다리는 것도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죠. 두 번째 기준은 미미박스가 케이뷰티 산업 전체의 영감을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사실 세포라와의 협업은, 한국의 뷰티 스타트업이라면 어디든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케이뷰티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미미박스의 행보가 다른 한국 뷰티 기업들에게 영감이 되고, 해외 시장에 도전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면 그것이 우리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미미박스의 다음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수치적인 목표는 매출 성장과 수익 증진 등 세워둔 게 아주 많아요. 그런데 최근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조직 문화예요. 특히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드는 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회사의 재무 정보를 팀원 전원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인 저와 대표가 아닌 팀원들을 나누는 차이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죠. 그런데 팀 전체가 같은 수준의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대표처럼 생각하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수익과 매출에 대해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모두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 조직 내에는 재무팀이 주도하는 재무재표 강의 세션이 많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회사 전체의 개념과 이념을 통합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세계 시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미미박스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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