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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외국인들이 본 ‘한국의 낯섦’…성찰과 ‘국뽕’ 사이 예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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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외국인들의 첫 한국 여행기를 담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M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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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에서 외국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거 명절 때 특집으로 선보이던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이 이제는 일상화된 것이다. 외국인들은 처음 접하는 한국의 음식·문화 등을 보고 신기해하고, 궁금해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한국 시청자들은 이들의 낯선 반응에 재미를, 호의적인 반응에는 자부심을 느끼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콘텐츠가 급속히 확산되는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이 출연해 한국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의 원조 격은 2006년 첫선을 보인 KBS 예능 <미녀들의 수다>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 여성들이 출연해 한국어로 한국에서의 경험을 얘기하고 자신의 고국과 한국을 비교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화제가 되며 백상예술대상 예능부문 작품상을 받았을 정도다. 다만 일부 출연진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미녀들의 수다> 이후 다소 주춤하던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은 JTBC <비정상회담>을 계기로 예능 대세 중 하나가 됐다. 2014년 첫 방송을 한 <비정상회담>은 외국 남성 출연자들이 몇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가벼운 백화점식’ 토크쇼가 아닌 깊이 있는 토론 방식에 출연진 대부분이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알고,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미녀들의 수다’가 원조격으로

‘비정상회담’ 통해 대세 중 하나로

‘어서와…’ 역발상에 시즌2도 인기

‘모두 하우스’선 한국살이 보여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선 더 활발

같음 통한 다름의 성찰 기회지만

국수주의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


현재 방송 중인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MBC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다. 지난해 6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 익숙한 외국인 패널이 초대한 외국 거주 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형 리얼리티 예능이다. 지난 8일 방송 시청률은 4.7%(닐슨코리아 기준)로, 지난 5월 방송 재개 이후 가장 높았다.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이 아닌 케이블 채널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 시간이 오후 8시30분이지만, 목요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인기 비결은 제작진의 역발상과 출연진의 자연스러움이다. 장재혁 MBC에브리원 제작팀장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여행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대부분 국내 연예인이 외국 가서 외국 풍경이나 유명 여행지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이어 “이 정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잘됐다”며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다르게 보는 게 신선하고, 여행에서 오는 순수함, 풋풋함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C에브리원은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퀴즈 프로그램 <대한외국인>도 지난달 17일부터 방송 중이다. 한국인 연예인들과 한국을 매우 ‘잘’ 아는 외국인이 한국 문화·지역 등에 관한 문제를 놓고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다. 한국에 관한 외국인들의 관심과 지식 수준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하게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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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환학생들의 셰어하우스 생활을 보여주는 KBS 2TV <모두 하우스>. 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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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비슷한 시간대 외국인 출연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8일 처음 방송된 <모두 하우스>는 한국에 온 10명의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한 명의 한국인이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는 모습을 담는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며칠간만 머무는 여행이 아닌 “진짜 한국살이”를 보여준다는 것이 제작진이 밝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의 차별점이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산 낙지를 보며 신기해하고,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모두 휴대전화만 보고 있거나 자는 모습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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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외국인 반응을 소재로 한 콘텐츠 목록.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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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시선을 담은 콘텐츠는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더 활발하게 생산된다. 주로 한식·K팝 등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의 반응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대다수다.

이 같은 콘텐츠를 통해 단순히 재미만이 아니라 영어 배우기로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입장에서 외국인들이 어렵게 한국의 언어나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자긍심도 느낄 수 있다. 다만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자칫 국수주의 등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현주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이런 콘텐츠가 타자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봄으로써 성찰의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낯 뜨거운 경우도 있다”며 “개인뿐 아니라 국가 공동체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특히 우리보다 문화·경제적으로 앞선 나라의 시각에서 한국은 ‘멋진 나라’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일명 ‘국뽕’ 콘텐츠라고 해서 죄악시할 필요는 없지만, 경계할 필요는 있다”며 “우리 현재 모습을 지나치게 정당화·합리화하다 보면 쉽게 배타적인 태도로 연결되기 쉽다. 국수주의, 우리 민족 중심주의, 순혈주의 정서가 강화되면 외국인 혐오, 난민 혐오까지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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