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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메갈이다” vs “한남이다” 이수역 폭행 ‘혐오범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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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인근 주점서 시비 붙어 여성 1명 응급실

성별 혐오 발언…여성·남성 주장 엇갈려

남성 신상 공개와 처벌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 하루 만에 20만 넘어

경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오늘부터 소환조사

아시아경제

이수역 폭행 사건' 논란.사진=독자제공·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남성 일행과 여성 일행이 쌍방 폭행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당사자들의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여성 일행은 한 커플이 자신들을 계속 쳐다봐서 이를 묻는 과정에서 다른 남성 일행이 끼어들어 자신들에게 “메갈이냐”며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뒤통수가 계단에 부딪혀 뼈가 보일 정도의 피해를 입어 119구급대에 실려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커플 중 여성은 “여성들이 먼저 흉자, 한남 커플”이라며 시비를 걸어왔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남성 일행과의 시비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남성 일행 역시 경찰 조사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의 신상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았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공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A 씨(21) 등 남성 3명과 B 씨(23) 등 여성 2명을 포함, 모두 5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일행은 13일 오전 4시께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서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두 일행을 지구대로 임의동행했고, 새벽 시간인 것을 고려해 정식조사는 추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업주 등 목격자 진술과 양측의 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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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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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만 듣던 메갈X 실제로 본다…얼굴 왜 그러냐” 남성 일행, 여성 조롱하며 시비

이런 가운데 여성 일행 측은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남성 측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수역 여성 혐오 폭행 사건의 공론화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합니다’ 청원 내용을 종합하면 여성 일행은 지난 13일 새벽 4시께 이수역 한 주점에서 다른 자리에 있던 커플과 시비가 붙었다.

여성 일행은 이 커플이 “저런 것들도 사람이냐, 사람 같지도 않다“며 자신들을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자리에 있던 남성 5명이 끼어들어 “말로만 듣던 메갈X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때 커플 중 남성은 “씨X 저 X들을 확”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을 폭행하려는 자세를 취하자 여성은 경찰을 부르겠다며 밖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커플은 나가고 앞서 시비가 붙었던 남자들만 남은 상황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이 자신들을 몰래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참다 못한 일행 중 1명은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지만, 이 과정에서 몸싸움으로 번졌다.

여성은 이 상황에서 동영상 촬영을 시도했지만, 남성에게 휴대폰을 빼앗기면서 남성에게 “까불지마 씨X 이런 것(폰 뺏는 것)도 못하냐?”, “네가 찍는건 몰카 아니냐?“라며 옆쪽 벽으로 밀쳐졌다고 주장했다.

이 때 여성은 중심을 잃어 뒤통수를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졌고 남성은 의자를 휘두르며 위협하며 “졸았냐? 병X 그러게 누가 까불래”라며 계속해서 조롱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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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차.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 경찰 신고하자 남성들 밖으로 나가…못 나가게 잡은 여성 1명 폭행당하고 응급실 실려 가

남성 일행은 이후 누워있는 여성을 넘어가며 가방을 밟고 비키라며 조롱 등 욕설을 하고 비웃었다. 이때 여성 일행이 경찰에 신고하니 남성들은 급히 주점을 빠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남성 1명을 붙잡아 나가는 것을 막아섰다.

이때 다른 남성이 남성 1명을 붙잡고 있는 여성 1명을 발로 차, 이 여성은 계단 모서리에 뒤통수가 부딪혀 그대로 쓰러졌다. 다른 여성 주장에 따르면 이 여성은 출혈이 너무 심한 상황이었고 남성들은 이 장면을 보고 밖으로 모두 나갔다. 출혈 정도는 신발, 양말, 옷에 다 피가 묻었고 119 신고를 할 겨를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초 신고로부터 30분 후 경찰이 도착했고, 경찰이 정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밖으로 나갔던 남성 일행 4명이 다시 나타나 자신들에게 “말 똑바로 해라, 고소해라 꼭 고소해라”라며 위협과 협박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1명을 발로 찬 남성은 “손을 뗐을 뿐인데 제 혼자 넘어간 것”이라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뒤통수를 다친 여성은 119 구급대를 통해 응급실에 실려 갔고 피해 상황은 뼈가 거의 다 보일 정도로 뒤통수가 깊게 패여 바늘로 꿰맸으며 어지럼증과 두통 속 쓰림 울렁거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남은 여성 1명은 남성 4명과 인근 지구대로 이동해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하는 등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여경이 없어 두려움 등에 대해 공감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남성들은 진술서를 쓰고 대기하는 중에도 담배를 피러 나가고 대기시간에 신발 벗고 누워 있을 수 있는 등 편안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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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여성 주장에 따르면 남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저희도 피해 입었어요. 이거보세요. 단추 떨어지고. 결제한 카드도 다 부셔졌어요", "티는 안나는데 여기 옷소매 보시면 다 늘어났어요." 라고 호소했다.

당시 혼자 조사를 받은 이 여성은 트라우마가 남았고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초 시비가 붙었던 커플 중 남성은 자신들이 때릴 것처럼 했다가 실제 사건이 벌어지자 도망갔다며 다른 남성 일행이 폭행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머리 짧고 목소리 크고 드센 X들도 별거 아니라는 그 우월감을 무너트리지 않으면 우리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너같은 흉자 때문에 여성인권 후퇴한다” 여성 일행이 먼저 시비 걸어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0시51분 한 커뮤니티에는 당시 이수역 폭행 사건에 얽힌 커플 중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당시 남자친구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흉자X, 한남커플”이라는 말로 계속해서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고 여성 일행은 “너같은 흉자 때문에 여성인권 후퇴한다. 백날 탈코하면 뭐하냐 저런 흉자 때문에 제자리인데. 한남 X우 만나서 뭐하노.”라는 말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때 남성 일행이 여성 일행에게 “왜 가만히 계시는 분들한테 그러냐”고 말하자 여성 일행 중 1명이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바로 남성들의 항의는 이어졌고 커플은 좋지 않은 일에 끼어봤자 피해만 볼까 봐 밖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그러면서 “일부 기사나 여초사이트, 남혐사이트에서는 여성들을 두둔하며 이 사건을 여혐사건이라고 하는데 본인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라며 “어쨌든 저희는 폭행하지 않았으나 저희랑 조금이나마 관련 있는 일이었는데, 사람이 다치고 일이 안 좋게 번진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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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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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성들의 신상 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피해자 두 명은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의 신원을 밝혀주시고, 무자비하게 피해자를 폭행한 가해자에게 죄에 맞는 처벌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오늘(15일) 오전 기준 27만 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양측 모두 억울한 점이 없도록 철저하고 신속히 수사하겠다”면서 “정당방위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력팀을 투입, 사건 경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늘(15일)부터 사건 관계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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